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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un 18. 2017

SNS 사진, 보이는 대로 믿어야 할까

SNS를 즐겨하시나요? 최근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의 이용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찾더군요. 여행이나 먹을 것, 고가품 사진으로 가득한 타임라인을 보면 남들은 모두 행복한데 나만 일에 치여 사는 것 같아 우울해진다는 것이죠. 그 피로감 때문에 아예 SNS를 접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네요. (참고 자료: http://naver.me/xIvhXqrR)


SNS 사진들. 보이는 대로 믿어야 할까요? 저는 SNS의 사진들이 영화를 홍보하는 트레일러 영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트레일러 영상이 괜찮아서 영화를 보러 갔더니 예고편이 다였던 경우가 있잖아요. 작품 전체를 살펴보면 구석구석이 부실하고 만듦새가 어설프기 짝이 없어서 입장료가 아까울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트레일러 영상에 번번이 낚입니다. 트레일러 영상이란 게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흥미 있는 장면들만 뽑아서 자극적인 자막들을 입혀 만든 것이라 그렇겠죠.


SNS의 사진들도 비슷하지 않나요? 우리는 일상의 수많은 장면들 중에서 선발된 몇 장의 이미지들로 타임라인을 채웁니다. 타인의 욕망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이 좋겠죠? 보는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좋아요’를 누르게 된다면 성공입니다. 그 순간 나의 존재감은 더 커지게 될 테니까요.


SNS에 애정을 과시하는 커플들도 자주 볼 수 있죠? 이런 러브 피드, 럽스타그램을 보면서 나만 빼고 다 행복한가, 하는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마냥 행복해 보이는 커플 사진을 올리는 커플 중에는 오히려 불안한 관계도 있다고 하네요. 미국 해버퍼드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는 100여 쌍의 커플들에게 2주간 매일 일기를 쓰게 했답니다. 2주 후에 일기의 내용을 분석해 보니 사람들은 관계에 불안을 느끼면 애인과 관련된 글을 평소보다 더 열심히 올렸다는군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SNS에 애정을 과시하는 포스팅을 한 것이죠. 포스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알리고 인정받고 싶었나 봅니다. 그 글에 ‘좋아요’ 수가 늘어날수록 불안이 무뎌지고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이죠. (참고 자료: http://1boon.kakao.com/textat/scienceoflove_318)


제 경우를 말씀드릴까요? 얼마 전 동네에서 친한 가족끼리 캠핑을 갔습니다. 엄마들끼리 급작스럽게 결정한 일이라 일정을 조절하지 못한 아빠들은 후발대로 가야 했어요. 저는 마침 회사일이 바쁠 때라 아침부터 애가 탔죠. 저녁 8시에 다른 아빠를 만나서 캠핑장에 가기로 했는데, 정시 퇴근이 어려워 보여서 난감했습니다. 결국 7시가 거의 다 되어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부리나케 약속 장소로 갔지만, 약속 시간에 좀 늦어서 무척 미안했습니다. 후발대의 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비로소 피로가 밀려오더군요.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돌아보며 숨을 고를 때쯤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오늘 밖에서 사고를 쳤다고 하네요. 아이에 대한 걱정과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또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캠핑장에 도착했는데, 그릴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들을 보니 마음이 확 풀리더군요. 순간, 사진을 찍었습니다. 페이스북에 포스팅하려고.


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고, 아이들 문제로 복잡했던 하루 일과 중, 제가 선택한 이미지는 썩 그럴듯한 캠핑장을 배경으로 먹음직하게 익어 가는 바비큐 사진이었습니다. 고된 하루였던 만큼 풍성한 먹을거리가 눈에 확 띄더군요. 제 눈에도 너무 훌륭하게 보여서 그 사진을 올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해서 고단한 하루의 보상을 받고 싶었죠. (사진의 초점이 나가서 결국 포스팅은 못 했어요.) 어떠세요? 일상의 피로 끝에 건진 사진 한 장, 마냥 부럽지만은 않으시죠?


트레일러 영상에 몇 번 현혹되다 보면, 그것을 걸러서 보게 됩니다. ‘어디까지나 저건 예고편이야, 본편은 다르겠지. 그나저나 예고편은 참 볼 만하군.’ 뭐 이런 식의 생각을 하게 되죠. 타임라인의 사진들도 그렇게 걸러서 보면 좋겠습니다. 몇 장의 이미지로 다른 사람의 일상을 온전히 짐작하기는 어렵죠. 그러니 사진 속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동경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고, 차라리 그 시간에 자신의 일상을 더 들여다보는 당신과 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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