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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Jul 30. 2015

목요일엔 순대 먹자

목요일에는 순대차가 동네에 온다.


주인 영감님이 앉으면 꽉 차는 트럭의 주방.

주문을 하면 곧바로 솥단지에서 순대가 나온다.

김이 모락모락, 침이 꼴깍 넘어간다.

언제 봐도 서툰 영감님의 칼질.

순대 조각이 영감님 손등처럼 도마에 눕는다.

영감님은 잠깐의 기다림을 하얀 용기에 쓸어 담는다.

노란 고무줄이 둘러지면 ‘아빠 노릇’ 포장 완료.


순대 담은 봉투처럼 소란스러운 아이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밥상에 둘러앉아 순대를 먹는다.

순대 한 점에 하루 일과를 찍어먹는다.

큰아이는 오늘도 게임 얘기다.

둘째는 친구들과 놀다가 서운한 일이 있었나 보다.

이야깃거리는 남았는데 순대가 동났다.

다음에는 3인분을 사와야 하나 보다.

그래도 순대가 먼저 끝나겠지...


먹성만큼이나 아이들의 일상도 풍부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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