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우 Aug 04. 2015

나쁜 남자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지랴

'나쁜 남자'를 보았습니다.


한 여인에게 첫눈에 반한 한기.
그녀가 보낸 경멸에 대한 화답으로
명동 한복판에서 진한 키스를 보냅니다.
더 큰 모욕이 그의 얼굴에 뱉어지는군요.
그 일로
홍등가 깡패 한기는
예쁘장한 여대생 선화를 증오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의 욕망을 유인하여
그녀를 창녀로 만들어 자신의 세계 속에 가두어 버립니다.

옆에서 아내가 웁니다.
아주 서글프게.

전 궁금했습니다.
‘울다니...  차라리 비난이나 저주의 욕지거리가 이 상황에는 적절하지 않을까?’
나중에 아내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왜 울었니?”
이제는 다시 씩씩해진 그녀가 말합니다.
“그 여자가 너무 불쌍해서...”

그 말을 듣고 보니
저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한기에게 돌을 던질 자신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요한복음 8장 7절 중).” 
저에게도 죄가 있으므로 저는 돌을 들지 못하겠습니다.
결국, 저 또한 
한 여자를 저의 세계로 납치하여
저의 세계에 길들도록 하였습니다.
그녀의 방식을 저의 방식으로 바꾸어 가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저... 실은 아주 “나쁜 남자”입니다.

남녀가 만나는 일.
분명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의 세계로
다른 한쪽이 가두어져 길들여지면서
그 일원으로 편입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어야 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만의 역사를 위한 새로운 세계.
그 속에서 둘은 각자의 모습으로 함께 살아야겠죠.
각자가 거울 앞뒤에 존재하는 
불완전한 관계를 벗어나려면 말입니다.

아내의 눈물이 
제게 전해 준 깨달음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로 그녀를 울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중 간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