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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우 Aug 17. 2015

새신발

발뒤꿈치가 까졌다.

손톱 정도밖에 안 되는 상처에

다리를 절면서 걷는다.


대학도 들어가고

회사도 들어가고

가정도 꾸리고

아이도 키우면서

딴에는 산전수전 다 겪고

강해졌다고 생각했었다.


당장의 생활을 유지함은 물론이고,

몇십 년 후의 먹고살 대책까지

고민하고 계획하는

진지하고 듬직한 가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고작 손톱만한 상처에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나는,

생각처럼 대단하지 않다.

 

상처에 밴드를 붙였다.

작은 밴드 하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걸음이 온전해지고

일상은 평온을 되찾는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홍보물 밴드 하나가

이 순간엔 그 무엇보다 훨씬 위대하다.


새신발을 신고,

겸손과 감사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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