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가
낮 동안 온몸에 묻은
햇빛을 털어내고 있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잎새에 이는 파도.
늦여름의 더위가
한올씩 바람을 타고
하늘에 닿아 반짝
노을빛으로 저문다.
저렇게 털어대다
결국 빈 가지로 남게 될 걸
아는지 모르는지
끄덕이고 비벼 대며
온몸을 비워 내고 있다.
-모든 것을 바람의 탓으로 돌리면서...
꿈,
사랑,
우정,
양심...
그 푸른 잎사귀들을
나도 털어내고 있다.
모든 것을 바람의 탓으로 돌리면서.
가을이 더 짙어지면
빈 가지로,
성숙한 하늘에 담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