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란트를 받은 큰 딸

아이마다 숨겨진 재능은 뭘까?

아이를 여러 명 낳다 보니 한 명 한 명이 어쩜 다 다른지..

첫 아이는 서툰 엄마로 이래저래 실수가 많았다면 둘째부터는 육아가 제법 능숙해진 엄마다운 나였달까? 기저귀도 더 자신 있게 갈아줬고 모유 수유도 더 자신 있게 시간을 잘 조절하며 했다. 셋째랑 넷째는 몸에 밴 사람처럼 척척 해냈는데, 매번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가 입버릇처럼 내뱉은 말이 있었다.


"아고 얘는 또 다르네. 새로 키우는 기분이야"


그랬다. 첫째는 다 처음이라서 그랬다지만 둘째, 셋째 그리고 넷째까지 전부다 새로 육아를 하는 기분이 들 만큼 아이들이 제각각 색깔이 너무 달랐다.


내 큰 딸은 누구나 봐도 재능을 타고난 아이이다. 만 3살 때, 뭘 하고 놀아줄까 고민하다가 굴러다니는 색종이를 집어서 학을 접어준 적이 있다.


궁금한지 눈을 반짝반짝거리면서 보길래 두 번째는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함께 접었는데 그다음부터는 그 학을 혼자 접어버리는 거다. 사실 이때 나는 모든 애들이 다 이렇게 한다고 생각해서 이 아이의 이런 점을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18개월 때, 1달러 스토어에서 산 퍼즐을 혼자 앉아 맞추었는데.. 그 퍼즐이 얼마나 허접했는지 좋은 퍼즐이랑 비교하자면 비싼 퍼즐은 퍼즐판에 그림을 똑같이 다시 그려줘서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맞출 수 있게 되어있다면 이 퍼즐은 그냥 나무판을 퍼즐에 맞게 파 놓은, 따라보고 맞출 그림이 없는 고난도의 퍼즐이었던 거다.


그걸 18개월 때 혼자 앉아했는데, 눈썰미 있는 엄마를 만났으면 그런 모습을 알아봐 주고 더 일찍부터 아이를 발전시켜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세심한 성격이 아닌 무심한 성격이라 아이의 그런 면을 보고 그냥 하나보다 내버려두는 엄마였다.


아이가 가위로 종이 오리는 즐거움에 빠졌던 시기에는 위험하지 않은 아이용 가위를 하나 마련해주었다. 가위로 종이를 채 썰듯이 잘라 마룻바닥에 종이채 산을 만들고 있어도 그냥 내버려두는 엄마였다.


어느새 가위를 가지고 꽃 모양의 그림을 너무 정확하게 자르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며 나이치 곤 잘하네 라고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매년 아이가 한 살을 먹으며 클 때마다 느낀 건 참 손이 야무진 아이라는 거였다. 3살 때부터 접던 종이학을 시작으로 한국에 방문했을 때 사주었던 종이접기 기초 책을 손에 쥐어줬더니 혼자 앉아서 책을 보며 하나씩 하나씩 완성을 해 갔고, 가위질은 점점 더 야무져 갔으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털실을 갖고 뜨개질을 시작했다. 털실로 엄마 쓰라며 냄비받침이며, 설거지용 수세미를 만들어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눈여겨본 가방을 떴으며, 유튜브를 보며 조그만 아기용 신발을 만들어 핸드폰 걸이용, 열쇠고리용으로 제작해서 친구들에게 파는 주문을 받아올 정도가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펠트를 가지고 바느질을 시작했다. 펠트를 가지고 여러 사이즈의 가방을 만들어 들고 다니고 보드 게임판도 만들었다.


2019년 6월 말 6학년을 끝내고 7월부터 시작한 썸머스쿨에서 패션 디자인과 미싱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일 끝나고 집에 왔더니 나한테 조용히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엄마, 선생님이 너무 대 놓고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같이 수업 듣는 친구들에게 미안해요"

"교장 선생님이 앞치마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셔서 학교에서 만드는 중이에요"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가 어찌나 겸손한지

"친구들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너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도록 해. 하지만 잘난 척은 아니고, 친구들이 힘들어하면 잘할 수 있다고 응원 많이 해주고"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해 줬다. 이제 겨우 만 12살이 되어가는 나이에 자신이 잘하는 거에 대한 칭찬을 친구들에게 미안해하며 듣는 이 아이의 마음이 엄마로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 넷 중에 장녀로 태어나 일찍부터 동생들에게 많이 양보하며 자란 탓도 있을 거란 생각에 나의 마음이 잠시나마 저릿해진 순간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배우는 아이에게서 나오는 배움의 속도 그리고 그 흡수력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2주 정도 썸머스쿨을 다니더니 어제는 아빠와 같이 가서 구매한 천으로 막둥이 남동생 티셔츠를 뚝딱뚝딱하며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나이가 들도록 내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살아온 나로서는 이렇게 일찍부터 손재주가 남다른 딸이 참 많이 부럽다.


그리고 이런 재능을 잘 발전시켜 가길 바랄 뿐이다. 작년에 허리끈 졸라매고 코스코에서 구매해 준 미싱기계가 빛을 점점 발하는 거 같다.


구석에 처박혀서 썩히지는 않을까 고민했던 나의 마음이 무색하게 오늘도 우리 큰딸은 시간이 나기가 무섭게 미싱 앞에 앉아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썸머스쿨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온 티셔츠. 첫째 남동생에게 줬다.



아빠랑 같이 사온 천으로 뚝딱 뚝딱 만들어 낸 막내동생 티셔츠


굵은 털실로 만들어 낸 가방. 듬성듬성 떠서는 인형들을 넣고 다닌다.
3월에 만든 오레오 쿠키 모양 열쇠고리
천으로 리본을 만들어 머리끈을 만들었다. 털실로 짠 미니 모자 열쇠고리
자투리 청바지 천을 이용해서 만든 바비인형 용 치마
펠트로 만든 주머니. 연필이나 작은 물건 보관용으로 쓰고있다.
빌려 온 종이접기 책을 보고 만들어 온 팬더. 디테일이 살아있다.


작가의 이전글2019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