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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 그리고 친정어머니의 안부

항암치료 그리고 두 분의 안부

작년 9월과 10월 한 달 사이로 암 소식을 전해 주셨던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는 항암 치료를 시작하셨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신 듯 치료를 원치 않으신다는 말씀으로 자식들의 애간장을 녹이셨던 두 분이 마음을 돌리시고 항암 치료를 시작하신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11월 말, 남편은 시어머님 곁을 지키겠다고 한국으로 갔고, 나는 벌써 한 달반을 남편 없이 아이넷을 돌보며 일하며 그리고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남편의 부재 덕에 아이 넷을 데리고 사는 싱글맘의 삶을 경험하는 현재 나의 심정은 "미워도 남편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라는 말에 200% 공감을 가지게 되었달까? 

결혼 생활 21년 차인 우리 부부에게 "미움, 애증 그리고 답답함과 화남"이라는 부정적인 시간이 있었다. 어쩌겠는가? 서로 다른 "남"이 만나서 "님"이 된 것인데, "님"은 어느새 "남의 편"이 되고 누구의 말처럼, 인생의 "로또"같은 존재가 되어 "하나도 안 맞는다"를 외치며 그렇게 21년을 지내고 나니, 이제는 미움보다는 짠함과 고마움이 더 남아서 "뜨거운 사랑"이 아닌 "정"이 더 깊어진 그런 "정 쌓인 부부"가 되어 있는 우리인 것을~ 


아무튼 "남자는 여자 하기 마련"이라는 옛말이 틀린 것 없이, 매일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수고했다."라고 연락하라는 나의 말에 기특하게 매일 카톡으로 "오늘 하루 수고했다"라는 연락을 해 주는 남편덕에 한 달반을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이제 곧 열흘이면 돌아오는 남편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역시 너무 힘이 들어 지쳐가는 나의 솔직한 심정이기에, 그저 빨리 와줬으면 좋겠다. 


시어머님은 오래 얼굴도 못 보고 지냈던 아들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으시는 건지, 항암 치료를 너무 잘 견뎌내 주셨다. 첫 항암 치료를 받으시고 하셨던 말씀이 "몸속에 무거운 것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라는 것이었다. 시어머님을 위해 기도할 때마다 간절히 생각났던 느헤미야 왕, 하나님이 그의 생명을 거두시겠다 하시자, 무릎 꿇고 기도하며 하나님께 더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애원했던 왕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게 15년의 생명을 더 주셨던 하나님의 사랑이 자꾸만 생각났다. 아마 그런 왕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던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 시어머님께도 베풀어 주시길 바랐던 마음이 커서 아니었을까? 


크리스마스 인사를 드리고, 새해 인사를 드리며 화상 전화로 인사드리며 뵀던 어머님은 항암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을 다 잃으신 모습으로 마주했지만, 그래도 앉아 계시는 모습, 더 힘 있는 목소리로 대답을 해 주시는 모습에 그저 안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난주 어머님의 회복을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를 산다는 남편의 신난 목소리를 들었다. 의사 선생님께서 항암 치료를 끝내도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셨단다. 이제는 면역력 치료와 그 외 필요한 치료들이 더 있지만, 항암 치료는 더 이상 안 해도 된다는 말씀, 경과가 좋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주었다. 

어머님은 다시 일어나셨고, 나는 어머님께 잘 견뎌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드렸다. 

언젠가는 헤어질 날이 오겠지만, 그래도 아픔을 잘 견뎌내 주시고 아직 우리 곁에 계셔주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와 남편에겐 큰 힘이 되어주신 어머님의 회복에 영광을 돌릴 뿐이다. 


친정 엄마는 여전히 항암 치료를 하고 계신다. 20년 전부터 신장이 좋지 않으셨기 때문에 항암 치료제를 정상인처럼 쓸 수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어서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던 우리었다. 

적은 치료제를 쓰면서도 10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시는 엄마는 CT 촬영상, 암세포가 줄어들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가셔서 항암 주사를 맞으시고, 가끔은 혈액이 부족하여 수혈까지 받으시면서 지내시지만, "힘들다. 힘들다" 하시면서도 잘 견뎌내 주시고 있는 엄마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엄마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만이 너무 가득하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신장이 망가지셔서 병생활을 하신 엄마,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드시고, 가고 싶은 곳도 갈 수 없는 그런 제약이 많은 삶을 사시면서도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오신 엄마, 그런 엄마가 하나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더 이상 건강에 문제가 생기질 않길 바라며 살아왔지만, 암이라는 병을 또 얻어서 싸우셔야만 하는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쓰라리다. 예전 같으면 그런 엄마를 생각하며 하나님을 원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원망을 하기에는 우리가 받은 은혜가 너무 큼을 알기에 이 또한 지나가게 하시며 견뎌내게 하실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는다. 

하나님은 우리 가정이 이 시간을 통해서 무엇을 깨닫게 하시려는 걸까? 엄마는 과연 하나님께 어떻게 쓰임을 받으실까? 


엄마를 마음에 품으면 "위로"의 기도가 나온다. 시집을 와서 평생 고생만 하셨기에 여전히 화병처럼 마음에 화를 담고 계시는 엄마는, 건강이 약해지면서 그 화를 치유하지 못하시고 원망으로 삼아 마음에 안고 살아가신다. 그래서 옛날이야기만 나오면 펑펑 울어버리는 엄마를 위해 기도한다. 아픈 몸에 마음까지 아픔으로 가득 찬 엄마에게 마음의 위로를 주시기를.. 그래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시간이 비록 몸은 아프고 힘들지라도,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세상 속에서 천국의 삶, 하나님의 주시는 평강 속에 살아가시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시길 기도한다.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니는 4개월 동안 아주 잘 견뎌내 주셨습니다. 

완치의 소식은 아니지만, 나아지셨고 나아지고 계신 소식을 알려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지금 아프신 분을 위해, 그리고 아픈 가족을 바라보며 슬퍼하는 가족을 위해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힘드신 순간 잘 견뎌내 주시길, 그리고 잘 견뎌내 주시는 분을 바라보며, 감사가 있으시길,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주님이 주시는 평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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