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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꾸민 크리스마스트리

스스로 만들어낸 Ornaments

2019년 11월부터 크리스마스트리를 거실에 세워놓자며 아이들 넷이 번갈아 가며 쫑알쫑알 소리가 많았다.

집 안에 있는 작은 창고에 이것저것 넣다 보니 어느새 크리스마스트리는 저~ 안쪽에 들어가 있다.


반쪽만 좋은 아빠를 하자고 결심했는지 힘겹게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조립해 준 남편은 더 깊숙이 숨어 있는 장식품 박스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창고 문을 닫아버렸다.


우와~ 아빠 멋진데? 하다가 다들 울상인 얼굴이 되어버린다. 커다란 트리는 멋지게 거실 구석을 차지했고 초록초록 나무는 장식품이 걸리지 않아 맑게 푸르게 초록빛만 내비치고 있었다.


이미 10년 넘게 아빠와 살고 있는 두 딸과 고작 6년밖에 안된 인생을 살고 있는 막내아들조차 이런 아빠의 장난스러운 모습이 익숙한지라 장식품을 달라는 잔소리를 안 한다.


그러더니 나무 옆 공간에 펼쳐진 공간을 차지하고 네 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종이를 가져다가 자르는 소리가 들리고 부스럭 달그락 뭔가 바쁜 아이들~


큰 딸은 동생들과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더니 방에 들어가서 사부작사부작 혼자 참 바쁘다.  


항상 풍족하게 채워줄 수 없는 형편에 부족함을 항상 느끼며 살아가는 아이들~

정작 나 자신은 부모님께 많은 것을 받으며 자랐는데 내 자녀들은 그렇게 채워주지 못함에 내 맘은 항상 아픔으로 채워졌었다.


남의 가정과 비교하며 한없이 초라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 내가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런 이쁜 내 아이들이 채워지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자신들의 작품으로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며칠을 사부작 거리며 만들어 낸 아이들의 작품들은 어느새 트리를 가득 채워 이 세상에 하나뿐인 멋진 트리를 만들어 냈다.


펠트를 가지고 만들어낸 별! 트리에 꽂을 수 있는 맞춤 제작. 그리고 펠트로 만든 꽃!
교회서 받은 블락으로 만든 산타를 위해 집에 있는 레고를 가지고 사슴을 만들고 실로 엮어 썰매를 만들어 놨다.

가만히 서서 트리를 들여다보고 있고 자니 아이들의 아이디어가 눈앞에 펼쳐진다. 기발한 작품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셋째와 넷째가 앉아서 종이를 잘라대더니 만들어 놓은 눈 결정들~


두 아들들은 열심히 가위질을 하더니 하얀 종이로 스노우 플레이크를 잔뜩 만들어서 걸어놓았다.

가위를 원하는 만큼 쓰도록 자유를 준 결과는 의외로 나쁘지 않은 거 같다.


털실로 만들어 놓은 미니 사이즈 털 모자~ 그리고 장난감으로 만들어낸 ornaments.

털실로 뜨개질을 즐겨하는 아이들이 만들어 낸 미니 털모자는 사이즈만으로도 귀엽다. 요즘 누나들의 모습을 보고 손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하나둘씩 해보는 셋째를 보면 그 모습 또한 신통하다.


반짝이는 장식품이 아니지만 아이들이 장난감과 종이 그리고 털실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장식품들이 걸려진 트리가 내 눈엔 최고로 이쁘다.

결국 아이들 네 명의 손을 통해 아주 개성 넘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완성이 되었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통해 불평불만만이 부족함을 대신한다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감사하게도 이 아이들은 없는 것을 통해 불평을 하고 불만을 표출하기 보다도 스스로 만들어내는 작품을 선택해 주었다.


참 고마운 아이들을 키우고 있음에 감사드리는 고백을 하게 된 시간. 내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족함을 아시고 이들의 마음을 만들어내는 기쁨으로 채워주신 사랑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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