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누군가로부터의 용기

by 써니모드


“죽기 전에 미국 땅 한 번은 밟아 봐야지!”

성인이 된 뒤 주변 사람들에게 늘 하던 말이다. 꽤 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던 미국이라는 나라. 하고싶은 일은 반드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지만 미국 여행만큼은 신중하고 또 신중했다. 아니 어쩌면, 신중했다기 보다는 두려움이 컸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대륙이라서? 여행 경비가 많이 들어서? 흉흉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어서? 모두 No!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고, 돈을 버는 목적은 열심히 쓰기 위함이며,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 위험함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신념.


그렇다면 나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던 두려움의 실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열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과 시차였다. ‘응? 촌스럽게! 의외로 별 거 아니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내가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내 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서 쓸 수 있는 자유로운 백조였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주 일찌감치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날아갔을 거다. 하지만 나는 365일 (회사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365일 (모바일 메신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였기에 (그 때의 내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지려 한다), 긴 시간 와이파이 불통의 세계에 갇혀 하늘을 날아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얼마나 위태롭고 두렵던지! 물론 막상 겪어보니 별 거 아닌 일이었지만.


별 거 아닌 두려움으로 빗장을 꽉 닫아 두었던 나의 마음을 열어준 건 친한 대학 후배의 문자 한통이었다. ‘언니, 제가 연말에 LA로 휴가를 가게 되서 제 방이 비는데 뉴욕으로 놀러 오실래요? 언니 생각이 나서 연락해봐요! 숙박비도 아끼고 좋을 것 같아서요!’ 큰 변화 없이 일상을 비슷하게 살아내던 서른 둘 어느 가을날, 그녀의 문자 한 통은 나의 하루를, 그리고 나의 그 해 겨울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누군가로부터의 용기, 그 것은 가끔 누군가의 삶에 뜻밖의 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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