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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ory Mar 07. 2024

말하고 후회

그렇고 그런 날들 중 하루

날이 따뜻하여 도무지 겨울 같지 않았던

오늘은 약간 지나쳤다는 후회가 남아.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나.


할 말이 있어도 차마 못하겠다는 듯

오물거리던 너의 입술과 서성이는 젖은 눈망울.

나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가.

말이 말답게 온전히 전해지기를 기대한 걸까.


아무래도 오늘은 해야 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을 적당히 버무리지 못한

그렇고 그런 열없는 날들 중 하루.


세상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었나.

해도 되는 말과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있었나.

기억이 시나브로 가뭇하다.


언젠가도 그런 적이 있었어.

그때는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았다고 후회했었나.

아니,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후회했었나.

그 후로 다시는 말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고.

하여 오랜 시간 설운 후회로 허우적거렸던 나.


그러니,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세상은 여전히 잘도 돌아가는데

나는 대체 언제 철이 드나.

오늘도 날은 사뭇 저물고

노랑 새는 서둘러 둥지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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