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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ory Aug 30. 2023

그렇고 그런 날들

무수한 날들에 관한 무수한 소망들

기대했다가 무너지고 다시 기대하더라.

삶이 그러려니

모든 게 그렇고 그런 날들.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듯한 심드렁한 날들.

아주 가끔을 빼고는 죄다 예상한 대로 이뤄지는 날들. 

그 가끔마저 이윽고 평이로워지는 날들.


흥분도 셀렘도 사그라들고 지루한 반복으로 지치는 날들.

권태로워서 뭔가 특별한 자극이라도 생기길 기대하는 날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새삼스레 궁금해지는 날들.

사는 게 원래 이렇게 무료했나 다시 깨닫는 날들.


신나고 좋은 일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은 날들.

그런 경험이 쌓여서 이제는 뭔가 벌어지는 게 두려운 날들.

차라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날들.


때로는 새로운 욕망이 치솟지만 뻔한 상투가 이어지는 날들.

소망하고 기도하는 게 부질없음을 되새기는 날들.

포기하고 낙담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게 싫어지는 날들.


보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날들.

설레는 일인가 했더니 언젠가의 익숙함이 되살아나는 날들.

홀로 사무쳐 기다리다 바람맞은 것처럼 서글픈 날들.

기대해 봤자 마음만 아프고 서럽다고 느끼는 날들.

차라리 기다리지도 기대하지도 말자고 자신을 억누르는 날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마저 속물스럽고 실망스러운 날들.

잠시 웃고 신났지만 금세 식상하고 지루해지는 날들.

공연히 우울해지고 무력해져 스스로 부끄러운 날들.


아픈 몸이나 다친 마음이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는 날들.

더 아프고 더 다칠까 웃음 지으면서도 불안에 젖는 날들.

불안과 권태가 뒤섞여 반복됨을 재발견하는 날들.

이따금 오래된 추억에 젖어 과거를 못내 그리워하는 날들.

그리워해도 과거는 돌아오지 않음을 깨닫는 허망한 날들.


그 모든 권태와 불안과 반복과 낙망으로 얼룩지는 시간.

세상은 여전하고 나는 늙어가고 시간은 덧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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