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용문사와 윤장대

2025년 문경-예천-영주-안동 여행 (5)

by memory 최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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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모산성에서 내려온 우리는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다. 산에 올라갔다가 왔으니 허기진 배를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친구들의 식습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판단한 혁국과 재관은 다음 행선지로 가는 길가에서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짜장면 괜찮아?” 시골 국도를 차로 달리고 있다가 길가에서 짜장면 식당을 발견하고 재관이 특유의 억양으로 갑자기 말했다.

“괜찮아.”라고 혁국이 대답하고 차를 돌렸다. 상국은 아무 말도 없었고 나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짜장면도 좋지.”

그리하여 우리는 작고 허름한 식당 앞에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먹는 짜장면이라고 말하면서.


그 중화요리 식당 이름은 ‘00손짜장’.

말이 중화요리 식당이지, 실은 짜장면 위주 식당으로 보였다. 신발을 벗지 않고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세네 개 정도의 식탁은 이미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뒤에 있는 방으로 신발을 벗고 올라갔다. 거기에도 나란히 세 개의 식탁이 놓여 있었다. 식당에서 방바닥에 앉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친구들은 편하게 방으로 들어가서 가운데 있는 식탁에 둘러앉았다.


우리는 벽에 크게 붙어 있는 메뉴판을 보았다. 중화요리 집에 갔을 때 짜장면과 짬뽕 중에 고르라고 하면 나는 늘 짬뽕을 선택하는 편이다. 짜장면을 맛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굳이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거의 언제나 짬뽕이다. 짜장면은 때때로 너무 달콤하고 기름지다. 게다가 짬뽕처럼 톡 쏘는 매콤하고 진한 맛이 없다.


그리하여 다른 친구들은 모두 짜장면을 골랐지만 여기서도 나는 짬뽕을 먹겠다고 했다. 그런데 홀서빙을 하는 허리가 아주 구부정한 주인 할머니는 짬뽕은 2인분 이상이어야 한다는, 중화요리 식당에서 처음 듣는 말을 했다.


재관은 서둘러 먹고 나가려는 듯, “짜장면이 빨리 나옵니까 짬뽕이 빨리 나옵니까?",라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모두 오래 걸립니다."라고,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대답을 했다. 중화요리 식당에서 빨리 나오기로 정평이 난 짜장면이 ‘오래 걸린다’고 아무 고심 없이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할머니. 그런 대답이 나에게는 기분 나쁘지 않게 들렸다. 손님은 손님대로 사정이 있는 것이고, 식당은 식당대로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우리는 긴 고심 없이 짜장면 셋, 짬뽕 둘을 주문했다. 주문을 한 후에 음식을 기다리면서 앉아 있을 때 식당으로 중년의 여성 손님이 들어왔다. 빈 식탁이 없자 그녀는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아이고, 허리가 아파서 방에 들어가서 앉는 게 불편한데…”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주인 할머니가 또 손님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퉁명스럽게 묻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

“여기 허리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노? 모두 허리 아픈 사람들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아파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허리 아파서 방에 앉기 힘들다고 말하는 손님에게 아무 거리낌도 없이 저런 대답을 날릴 수 있는 식당 주인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을까. 작년에도 느꼈지만, 경상북도 (식당) 사람들의 퉁명스러움은 알아줘야 할 듯싶었다.


하여간 음식, 특히 짜장면은 무척 맛있었다. 양도 무척 많았다. 최근 여러 해 동안 먹은 짜장면 가운데 가장 맛있는 짜장면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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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상보다 많이 나오고 맛도 좋은 짜장면과 짬뽕을 먹다가 남길 정도로 배가 두둑해진 우리는 문경에서 예천으로 갔다.


거기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용문사.


이 사찰이 유명한 이유는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윤장대가 있기 때문이다. 윤장대는 경전을 넣은 책장에 세로로 축을 달아서 회전하도록 만든 불교 공예품이다. 불교 신앙인에게 그 자체만으로 신앙대상이기도 하고 손으로 돌리면서 공덕을 쌓기도 한다.


천년 고찰 용문사의 대장전 안에 거대한 윤장대가 양쪽에 서 있다. 대장전은 일반적으로 경전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다. 이 대장전은 보물 제145호, 윤장대는 보물 제684호였다가 지난 2019년에 국보로 통합 승격 지정되었다.


용문사 안내판에는 이 대장전과 윤장대가 고려 명종 3년(1173)에 만들어졌고, 고대 건축물로는 드물게 건립자, 건립시기, 건립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적혀 있다. 또한, 윤장대는 대장전 불단 앞 좌우에 각 한 좌씩 있으며, 높이 4.2미터, 둘레 3.5미터에 달하는 화려하고 독특한 팔각 정자 모양을 하고 있다. 윤장대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돌리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본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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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티베트 사찰을 찍은 인터넷 비디오 자료에서 작은 윤장대들을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윤장대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전륜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전륜장은 불법의 바퀴(법륜)은 항상 쉬지 않고 돌고 있다(法輪常轉,自動不息)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는 예천 용문사에 이렇게 큰 윤장대가 있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 막상 보니까 그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장전 문가에서 고개를 들이밀고 안을 들여다보니까, 관광객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투명한 유리로 둘러싼 윤장대가 마치 위용을 자랑하듯 서 있었다.


“저 윤장대가 지금도 돌아갈까? 국보라고 너무 안 만져서 혹시 이제는 안 돌아가는 거 아닌가?”

유리 칸막이 안에 놓고 아무도 만지지 못하도록 설치된 윤장대를 보고 내가 농담으로 말했다.

“설마, 안 돌겠어? 가끔은 사찰에서 일부러 돌리겠지.”

혁국이 약간 의아한 얼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 대장전의 후불벽 앞에 설치된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도 매우 귀중한 예술품이며 문화재이다. 조선 숙종 10년 (1684)에 설치되었다고 하는데, 가로 215센티미터, 세로 261센티미터에 달하며 17세기 후기 조각 경향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라고 한다.


나는 용문사를 보는 동안 우리 외에 관광객이 전혀 없다는 것은 깨달았다. 약간 놀라운 일이었다. 명색이 국보급 문화재가 있는 곳이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방 인구가 꾸준히 줄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해외 관광이 늘고 지방 관광이 줄어서 그런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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