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과 인간...영주댐 용마루공원

2025년 문경-예천영주-안동 여행 (8)

by memory 최호인
20251011_095735.jpg


1.


낯선 모텔방에서 일찍 잠이 깼다. 잠을 잤는지 말았는지,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에 어느덧 새벽이 찾아왔다. 갑자기 혁국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침대에서 나오더니 아주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비몽사몽 상태에서 혁국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아직 꽤 이른 새벽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우리가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던 듯하다.


해마다 짧은 기간이지만 함께 여행하다 보니 그의 기상 패턴에 조금 익숙해졌다. 그는 아무리 늦게 자도, 술을 많이 마시고 난 후에라도, 이른 아침 일정한 시각에 잠이 깬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 망설임이나 주저함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서 일상을 시작한다. 수십 년간 일하면서 몸에 밴 습관인 듯하다.


그가 화장실에서 나온 직후 나도 곧 일어났다. 우리는 아침 8시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혁국이 먼저 주차장으로 내려갔고 곧이어 나까지 시간에 맞춰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상국과 재관은 아직 주차장에 없었다. 조금 기다리다가 혁국이 상국에게 전화했더니, 그들은 아직 준비가 끝나지 않았다. 이윽고 드디어 여행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역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침 식사다. 나 혼자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이 친구들과의 여행은 늘 그렇다. 모텔에서 가까운 곳에 매우 큰 국밥 식당이 보였으므로 우리는 별 고민도 없이 그곳으로 갔다. 아침 일찍인데도 손님들이 많았다. 그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식당이었던 듯하다. 국밥의 국물은 매우 맛이 진했고 고기도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나는 이른 아침부터 많이 먹기가 거북했고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국밥에 든 고기를 모두 재관에게 덜어주었다. 그러나 대식가인 재관도 다 먹지 못할 만큼 국밥에 고기가 너무 많이 들어 있었다.


20251011_094944.jpg


2.


식사 후에 우리가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간 곳은 영주댐 용마루공원.


영주댐은 2009년에 착공하여 2016년에 완성된 다목적 댐이다. 사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이 댐이 건설된 후에 내성천이 가로막히면서 녹조현상이 심해졌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때는 초가을이라 그런지 녹조현상이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댐을 만들면 수몰지역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대를 이어 살던 마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 수몰되어야 하는 문화재, 막대한 건설공사로 인해 사라지는 자연환경 변화와 생물다양성 파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홍수와 가뭄 조절, 전력생산 등 댐을 건설함으로써 발생하는 이득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인간들의 이익과 자연보존의 상관성은 보는 시선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대규모 댐 공사와 함께 어떤 사람들은 큰 이득을 얻지만 어떤 사람들은 손해를 보거나 매우 귀찮기만 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각종 문화재와 역사 유적지와 자연보존과 토착 생물들에게는 주로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나는 댐공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올바르게 평가할 수 없어서 그 속사정을 잘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 댐 건설의 장단점을 설명한다 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사대강사업 때도 그랬지만,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평가와 주장과 판단을 결코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그들 중 다수가 범했던 수많은 오류와 편견과 오판을 경험했다. 그러한 오류와 편견과 오판은 그들의 능력에서 나오기도 하고, 그들의 사적 이익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심지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기초해서 그런 잘못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규모 건설 사업이 벌어질 때마다 눈먼 돈이 떠다닐 때가 많고 그 돈을 가로채기 위해 각종 이익단체들과 기업들이 미쳐 날뛰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을 상대로 대규모 공사가 벌어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 들어선 길에서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설사 잘못이 드러난다 해도 자신을 한껏 정당화하고 변명과 아집과 편 가르기가 난무할 때가 많다. 그러는 동안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그 돈을 먹고 튀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찌 보면 공사 자체보다 그것을 추진하는 사람들과 공무원들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전문적이고 공익을 위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가, 그들이 진정으로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하여 일하는가, 또 그들이 진정으로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지역발전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나아가 그들이 자신의 잘못에 진심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등 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지역의 권력자들과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어떻게 사익을 위해 결탁하고 민심을 호도하면서 공익과 자연을 훼손했는가를 수많은 사례를 통해 경험했다. 그래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라 솥뚜껑만 봐도 놀라게 된다. 이런 트라우마는 결코 쉽게 극복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뭔가를 개발하는 것에 대한 의심은 한도 끝도 없어 보이고, 그 모든 것을 판단하지 못하게 될 것만 같다. 하여간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오로지 강조해야 할 것은 민주 시민이라면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개발에 있어서 사적 이익관계를 끝없이 의심하고 철저히 감시하면서 공적이익이 관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51011_095153.jpg
20251011_095356.jpg


3.


용마루공원은 1공원과 2공원이 있는데, 용마루 2공원이 특히 유명하다. 혁국은 마치 얼마 전에 와보았다는 듯이 능숙하게 주차장으로 찾아 들어갔으며 공원을 안내했다. 용마루공원은 이미 각종 시설을 갖추었지만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는 공원처럼 느껴졌다. 댐으로 조성된 거대한 영주호 주변에 군데군데 나무들이 없이 허연 산비탈이 보였다. 어떤 이유로든, 그렇게 인공적으로 산비탈 일부가 허옇게 보이는 것은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용마루1공원과 용마루2공원 사이에는 두 개의 출렁다리가 있으며 풍경이 그림처럼 예쁘다. 호수 물 위로 하늘과 산 풍경이 비쳐서 더욱 아름답다. 이 두 개의 출렁다리는 용두교와 용미교로 불린다. 다리 바닥에는 투명 유리도 있다. 출렁다리가 커서 중앙에 있는 높은 주탑의 위용이 대단해 보인다. 댐에 갇히면서 생긴 거대한 호수와 주변에 있는 푸른 산들을 바라보는 것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물 위를 가로지르는 아치형 모습의 출렁다리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그런지 출렁거리지 않는다.


용마루공원은 산책로가 잘 꾸며진 대단히 넓은 장소였다. 그런데 그곳을 찾는 관광객은 별로 없어 보였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럴 수 있겠지만 우리들 외에 겨우 한두 커플이 찾아왔을 뿐이다. 그렇게 공들여 꾸며 놓은 공원인데 관광객이 많지 않은 것은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공원이 더욱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20251011_095458.jpg
20251011_095647.jpg
20251011_09584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