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문경-예천-영주-안동 여행(10)
1.
무섬마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우리는 이번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봉정사로 향했다.
봉정사의 역사는 무려 1300여 년에 이른다. 672년(신라 문무왕 12년) 혹은 682년(신라 신문왕 2년)에 창건됐다고 알려져 있다. 안동에서 서쪽으로 30여 리 떨어진 천등산 자락에 있는 봉정사는 그리 큰 사찰이 아니다. 그러나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산사, 산지승원은 주변 자연을 경계로 삼아 산 안쪽에 위치한 입지라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불교 출가자와 신자들이 수행,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승원을 말한다.
봉정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는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이다. 가만히 헤아려 보니, 이중에 내가 아직 안 가본 사찰은 통도사, 대흥사인 듯하다. 사실, 법주사와 선암사도 너무 어렸을 때 가봤으니까 안 가본 것으로 쳐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언젠가는 이 사찰들에도 친구들과 함께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봉정사의 극락전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인정받는 건물이다. 사찰 중심에 있는 대웅전도 국보로 지정될 만큼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고 건축상으로도 극락전 못지않게 아름다운 건물이다. 120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봉정사 극락전은 1625년과 1809년에 중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1972년에도 극락전 복원공사를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었다. 복원 후 모습이 예전 모습과 매우 달라 보이고, 진한 색깔로 단청을 새로 입혀서 고풍스러운 무량수전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2.
아무튼 현존하는 고려시대 건물은 봉정사 극락전 외에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 강릉 임영관 삼문 등 몇 개 남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을 잘 보존하는 것은 귀중하지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는 그 역사적인 건물의 멋과 오래된 나무의 향수를 느끼는 것이 좋다. 오래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 권위와 위엄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 갔던 부석사에는 관광객이 무척 많았지만 봉정사에는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듯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배흘림기둥’은 부석사 무량수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봉정사 극락전과 대웅전에도 있다.
배흘림기둥은 기둥의 중심부가 상하부에 비해 더 굵어서 중심부에서 위, 아래로 갈수록 점점 굵기가 얇아지는 형태의 기둥을 말한다. 충남 예산에 있는 수덕사도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하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봉정사에는 우리 외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봉정사에 관광객이 적은 것에 관해 혁국은 아마 봉정사가 부석사만큼 유명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안동시에서 외곽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우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부석사와 이렇게 차이가 있다는 것에 나는 약간 놀랐다.
3.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는 전탑이 많이 지어졌다. 이는 인도와 중국에서 전탑이 유행하면서 전래된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523년에 지어진 15층전탑(높이 40미터)이 가장 오래된 전탑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는 당나라로 유학 갔던 의상대사가 전탑을 전파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가 서라벌로 가지 않고 안동 지역에 정착해서인지 한반도에서 전탑은 주로 안동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전탑은 황토로 벽돌을 만들어서 쌓는 탑이다. 벽돌은 내구성이 약해서 자주 파손되고 관리도 쉽지 않아서 현재까지 온전히 남은 순수 전탑은 5,6기에 불과하다. 한반도에서는 돌을 구하는 것이 더 쉬워서 전탑보다 석탑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전탑 가운데 안동에서는 법흥사지칠층전탑(신세동칠층전탑)과 운흥동오층전탑이 유명하다. 이 전탑들은 화강암으로 기단을 보강하고 그 위에 벽돌로 탑을 쌓아 올린 형태이다. 전탑의 벽돌 표면에는 다양한 불교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우리는 먼저 운흥동오층전탑을 보러 갔다. 사실 나는 전탑을 본다기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찰에 갈 때마다 보던 탑 아닌가 해서다. 다만 이날 본 전탑들은 사찰에서 보는 석탑들에 비해 다른 질감을 주며 특히 규모가 훨씬 더 컸다.
법흥사지칠층전탑은 높이 17미터, 너비 7.75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전탑이며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탑 상륜부에 금속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 이 탑은 원래는 법흥사에 속한 탑이었으나 사찰은 사라지고 현재는 탑만 단독으로 서 있다.
우리는 아주 잠시 탑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이런 형태의 탑들이 있으니까 봐 둬,라는 식으로 혁국은 말했고, 우리도 아, 이런 탑들이 여기에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보았다. 탑에 대해 딱히 전문적 지식도 관심도 모자란 사람들이라, 그저 석탑과는 좀 다르네,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꽤 성의 없게 탑들을 보고 떠났다.
이런 것도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법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