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시대의 경제

by memory 최호인

최근 한국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내가 재작년에 서울에 갔을 때만 해도 달러당 1200원 정도였다. 그러더니 작년에는 거의 1300원에 이르렀다. 지금은 1500원을 넘보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기에 사정이 무척 좋아졌다. 한국인들이 일본이나 동남아에 가서 느끼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동남아 물가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단히 낮고 엔화도 지속적으로 약세이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환율 상승이 한국경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그 문제에 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1.

올 들어 코스피가 연일 상승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역대 최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예전에는 주식을 몰랐던 사람들도 얼마 전부터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 가격을 쉽게 입에 올린다.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니까, 마치 수년 전 비트코인 전성기를 맞았던 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급락과 향후 불확실성과 달리, 한국 기업들의 주식은 오랫동안 저평가되었다는 지적되어 왔다. 그것은 대체로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한국 리스크’ 때문이었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하여간 사정은 그랬다. 그래서 현재 코스피 전성기는 비트코인 전성기와 달라 보이긴 한다.


그런데 환율이 계속 오르는 것은 문제다.

달러당 1500원은 무슨 의미일까.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것일까.


우선 최근에 원화가 이렇게 하락하게 된 이유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동전쟁과 유가급등이 직접적 방아쇠가 되고 있다. 이란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부분적으로 봉쇄되면서 세계적으로 유가가 크게 올랐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계속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최근에 연준은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데 이어 어쩌면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여 연말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연준은 요지부동이다. 중동전쟁이 앞으로도 한 달 정도 더 지속된다면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전망이다. 전쟁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할 뿐 아니라 그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도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한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3.5~3.75%인데, 한국은 2.50%에 불과하다. 이러한 금리 역전 현상은 이미 꽤 오래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은행이 경기 둔화를 염려하면서 여섯 번이나 금리를 동결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가 조금이라도 강세를 보이면 돈은 수익률이 높은 달러 자산으로 흘러가기 쉽다.


2.

이 같은 단기 트리거 외에 한국 경제의 체질도 문제다.

원화를 약화시키는 한국의 몇 가지 경제적 배경과 사정은 이런 듯하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 국민연금은 현재 해외 자산에 약 800조 원을 투자했으며, 해마다 수십조 원씩 해외 투자가 늘고 있다. 해외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화 판매 압력이 매우 거세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요인이 환율 상승의 70%를 차지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 붐 - 지난 수년새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인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유액은 300조 원을 넘어섰고 매달 수조 원씩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그만큼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는 말이기도 하다.

경상수지의 구조 변화 - 한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달러가 쌓인다. 그런데 지난 십 년간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대폭 증가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일본, 중국, 동남아, 유럽으로 나가서 돈을 펑펑 쓴다. 상품 수지는 플러스인데 서비스 수지적자가 큰 마이너스다. 상품 팔아 번 돈을 해외여행과 해외 투자로 다 써버린다.

높은 반도체 의존도 -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한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이것은 다소 불안한 요소이다. 만약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수출이 급감하고 원화 약세 압력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재정적자 확대 - 만약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로 적자 예산을 편성하고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재정건전성을 의심하면서 원화 자산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원화 약세가 틀에 박히면 그 흐름세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한국인들도 외국인들도 원화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기대가 굳게 자리를 잡는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천억 달러인데, 글로벌 기준 하루 외환 거래량은 수조 달러에 이른다. 시장 방향을 선도하기에 한국 외환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시 말해서 만약의 사태 시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기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3.

그렇다 해도 환율이 이처럼 상승하면 수출이 늘어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맞는 말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환율 효과 위에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아서 직원들에게 어마어마한 보너스를 지급했다. 서민은 힘들어 죽겠는데 수출 대기업과 금융권은 대호황이다.


환율상승으로 수출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러한 수출을 위해 수입해야 하는 원자재와 부품 비용이 상승하는 것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수출이 늘수록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와 수입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환율상승으로 인해 에너지 수입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결정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원유, LNG, 석탄 등 에너지는 모두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값, 가스요금, 교통비, 운송비, 식료품비 등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그것은 곧 기업과 개인의 부채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지어 해외 유학비용과 해외 직구, 달러 대출 기업들의 부담도 모두 늘어나고 있다. 그렇잖아도 한국은 이미 가계부채가 매우 높은 상황인데 원화 약세는 이것을 악화시키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미국달러 계좌를 열고 달러를 보유하려는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았다. 원화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현실이다.


환율방어만 생각한다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싶을 것이다. 그래야 자본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침체된 내수로 인해 죽을 지경이다. 내수 경기는 안 좋고 가계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내수와 부동산이 더 얼어붙는다.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4.

마지막으로, 환율 상승은 한국인이 열광하는 아파트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고환율은 철강, 시멘트 등 건설 원자재 수입 비용을 높이게 된다. 그러면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게 되고,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부동산 보유 심리가 유지된다. 그래서 강남 등 ‘핵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버티거나 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출조건이 악화하고 실질 구매력이 줄어든 서민과 무주택자들에게는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진다.


물론 최근 이재명 정부의 노력으로 부동산시장이 점차 하락 안정화 추세에 있다. 부동산 가격 변동은 매우 여러 사정이 얽혀 있어서 한 마디로 추세를 예상하기 어렵다. 나는 다만 오랫동안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지나치게 낮다고 생각했다. OECD 평균이나 내가 사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너무 낮다. 그것은 곧 자산 불평등으로 쉽게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취득세 또는 거래세가 높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이곳에서 부동산 거래 비용은 셀러 기준으로 하면 거래 가격의 5% 정도 든다. 그러니까 한국의 취득세만 높다고 불평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3년 새 달러당 1200원에서 1500원으로 급상승한 배경을 정확히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당장은 잘 보이지 않지만 정치불안 등 경제외적 요소들도 많이 개입되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수출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주식시장도 좋고 부동산시장도 안정세를 찾는다고 하는데 향후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전반적으로, 환율상승은 수출기업들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서민들에겐 부담을 주게 된다. 그럼으로써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중동전쟁이 조속히 끝나야 하는데…

도대체 무고한 생명들이 죽고 막대한 돈과 석유를 불태우는 이 전쟁의 찬미주의자들을 어떻게 끌어내릴 수 있을까.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Gemini AI를 통해 생성한 것임을 밝혀둔다. 원화 급락에 따른 서민들의 경제적 불안감을 보여주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