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로봇을 기다리며

집과 요양시설에 간병 휴머노이드 출현 예정

by memory 최호인

1.

가끔 나의 형님이나 누님을 만나서 하는 대화 중에 이런 슬프고 우울한 내용도 있다.

나중에 몸이 불편해져서 간병이 필요하고, 또 요양시설에 들어가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직은 정정한 편이지만 나보다 여덟 살 위인 형님에게 물었다.

“형님, 나중에 요양보호 시설에 가야 한다면 미국에 있는 너싱 홈이 좋겠어요, 아니면 한국에 있는 요양원이 좋겠어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어려운 질문이다.


형님이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을 때 내가 먼저 대답했다.

“나는 한국의 요양원이 좋겠어요. 거기서는 한국 음식 먹고, 한국어로 대화하고, 한국문화에서 살게 될 거니까.”


미국의 너싱홈은 한국의 요양원과 대충 같은 급으로 보면 되는데, 대체로 말하면 시설은 더 좋다. 물론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더 든다. 지역과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아무리 싼 곳이라고 해도, 개인 비용에 정부 보조금을 합해서 일인당 한 달에 1만 달러는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 차라리 빨리 죽고 말지…

그런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그러니, 노후에 가장 겁나는 것은 어쩌면 죽음이 아니라 치매 환자가 되거나 몸이 불편하여 돌봄을 받아야 하는 간병 환자가 되는 것이다.


2.

간병 로봇이 조만간 현실적이고 효용감 있게 작동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가정에서 뿐 아니라 집단 요양시설에도 이용되기를 바란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친구들에게 여러 차례 말했었다. 지자체가 건설하고 운영관리하는 대규모 요양시설이 있으면 좋겠다고. 대도시에서는 구마다, 지방에서는 군마다 거대한 요양시설을 건설하는 게 좋겠다고. 그곳에 수천 명이 들어가서 살 수 있는 훌륭한 현대 시설을 갖춰서 몸이 불편해지기만 하면 그곳에 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민간 요양시설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으니, 우선 공공 요양시설과 경쟁하도록 하면 좋겠다. 지자체들은 공적 자금을 이용해서 대규모 공공 요양시설을 만들고 그곳에 최신 시설을 잘 갖추면 좋겠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국가가 어차피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마당에 각 군과 구에 지자체별로 ‘대단히 살기 좋은’ 요양원을 만들면 노인들이 어서 빨리 그곳에 가고 싶다고 하게 될지도 모른다.


비용 절약적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학 (Economies of Scale)’이라는 말이 있다.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당 생산비용(평균비용)은 줄어들어 이익이 된다는 말이다. 거기에다 현대적 기술과학을 접목하는 것도 자본이 풍부한 공공요양원에서 먼저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의사들의 탐욕스럽거나 나태하거나 실수 가능한 진단보다 정밀하고 신속하고 편리한 AI에 의한 진단과 처방이 가능할 것이고, 간병 로봇들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와 간병인 역할을 점차 보충하거나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머지않아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3.

대형 공공요양원 문제는 나중에 더 구체적으로 말할 기회가 올 테니…

지금은 먼저 ‘간병 로봇’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사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가정용 간병 로봇이 있다면 몸이 아파서 행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굳이 거대 공공요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말 잘 듣고 똑똑한 간병 로봇을 집에 두고 혼자 사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요즘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면 하루 24시간 활용하는 데 14~15만 원이 든다고 한다. 월평균 비용은 400만 원이 넘는다. 이것은 기본 비용이고, 거기에다 명절 수당 등을 합하면 비용은 훨씬 더 들 것이다. 즉, 1년이면 5천만 원이 넘게 들 것이다. 그 비용만 해도 4만 달러에 가깝다. 그 돈이면 가정용 로봇을 살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얼마 전에 열린 CES에서 이런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초기 가정용 로봇들이 등장했다.

미국의 한 회사에서 나온 ‘네오’는 실리콘 소재의 부드러운 몸체를 가진 인간친화적 로봇이다. 가격은 2만 달러인데, 월 499달러로 구독형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세탁기를 조작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옆에 두고 사용하기에는 느리고 둔하고 답답하고 걸리적거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의 LG전자도 ‘클로이’의 후속 버전인 ‘클로이드’라는 가정용 로봇을 소개했다. 냉장고에서 물건을 꺼내고 빨래를 개는 등 집안일을 돕는다. 사람처럼 두 팔과 다섯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 (로봇의 실용성을 위해 기술적으로 가장 난해한 부분은 ‘손’이라고 한다.) 아직은 기술 수준이 더욱 향상될 것을 기다려야 할 듯하다.


가정용 로봇의 발전을 단계적으로 예상한다면 이렇다.

현재 출시되는 가정용 간병 로봇은 피간병인에게 약 먹을 시간을 알려 주고, 낙상을 감지하고 의료진에게 신고하며, 빨래와 청소 등 간단한 집안일을 하고, 약간 감정적인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음 단계는 훨씬 간병친화적으로 변할 것이다. 환자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고, 음식을 하고 식사를 보조하고, 환자를 안전하게 세워서 같이 보조하면서 다니는 정도까지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아마 늦어도 2028년까지는 이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아가, 2030년 무렵부터는 환자의 목욕을 도와주고 욕창을 막기 위해 체위를 변경시켜 주며, 일상적으로 환자의 의료 수치를 모니터 하고 기본적으로 대응조치할 뿐 아니라 위급하면 전문 의료진을 호출하는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때쯤이면 피간병인의 대소변을 감지하고 세정 및 건조까지 하고 기저귀를 교체하는 일, 피간병인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웨어러블 보조기를 착용하도록 돕는 일, 치매환자를 위해 정서를 케어하고 교육을 돕고 놀이와 게임을 함께 하는 일까지 모두 충분히 가능하게 될 것이다.


4.

여기까지 가면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간병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럴 때 한국에서 일부 친구들과 대화했던 것처럼, 또 요즘 죽는 과정에 관해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처럼, ‘집에서 죽기’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확대될지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죄다 병원에 가서 죽는 일은 과거에는 결코 없었던 현상이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지난 수십 년의 현상이다. 거기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제 점점 병원에서 죽는 것보다 친숙한 자기 집에서 죽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2021년 저서,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를 읽어 보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개념과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여간 간병 문제에 관해 생각할 때 나는 이제는 로봇을 먼저 생각한다.


상상하기 싫지만 향후 자신의 몸이나 정신이 비정상적 상황에 처했을 때…

아직까지도 자식들이 잘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이제는 드물 것이다. 우리의 자녀들은 그럴 여유도 마음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혹시 내 자식만큼은…이라는 생각이 있다면 빨리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품고 사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돈을 더 모으고 기술과학이 빨리 발전하기를 바라면서 4~5년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니, 자식에게 먼저 돈을 주지 말고 꼭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아무 잔소리도 군말도 없이 하루 24시간 당신을 보살피고 도와줄 근사한 비서 겸 친구 겸 간병인이 되어 줄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너무 목돈이 들 것이라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구독형 로봇을 렌트하면 될 테니까.


(이 글에 실린 이미지들은 구글 제미나이에서 생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