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비용이 드는 결혼식 피해 스몰웨딩 증가 추세
1.
얼마 전에 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나 혼자 다녀왔는데, 축하금이 수백 달러다.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체면치례도 해야 해서 다녀오긴 했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한인사회에서 누군가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초대장을 받으면 겁부터 난다. 솔직하게 말해서, 요즘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제발 축하하거나 애도해야 할 어떤 일도 벌어지지 말고 결혼식이든 주요 행사가 있어도 부르지 마라. 얼굴 보는 건 좋은데… 참석 비용이 너무 비싸다.
지금은 확실히 매우 줄어들었지만, 예전에 한창 결혼식에 다녀야 했던 시기에는 5월이나 10월이 오면 정말 큰일이었다. 결혼식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적어도 수백 달러씩 가지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객 일인당 지참하는 축하금을 말한다.
결혼식 비용이 지나치게 인플레이션을 타면서 하객들의 참석비도 덩달아 지나치게 올라갔다. 요즘은 결혼식 가는 데 100달러를 가지고 가는 일은 없다. 그것은 식사비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리 가깝지 않은 관계에서 결혼식장을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교회로 하면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쉰다. 200달러면 될 성싶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씀씀이가 남달라서 교회가 아니라 ‘매너(manor)’라는 곳에서도 결혼식을 곧잘 한다. 급이 조금 낮은 연회장에서 결혼한다고 하면 일인당 300달러 정도 지참해야 한다. 식사비가 일인당 150~200달러가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괜찮은 매너에서 결혼한다고 하면 일인당 식사비만 해도 250달러 정도 하니까 아무리 적어도 300달러를 가지고 가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날 결혼식 하객이 된다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일이 되었다.
2.
지난 수십 년간 한국사회에서도 결혼 비용은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았다.
한국의 결혼정보회사인 ‘듀오’가 작년 2월에 결혼 2년 차 부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결혼비용은 3억 6173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서 결혼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주거비’였다.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평균 3억 408만 원이 들었다. 이것은 전년에 비해 6천만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한국의 독특한 주거제도인 ‘전세’ 때문이다.
결혼식의 필수 준비과정에 속하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도 결혼 비용에서 큰 부담을 차지하고 있다. 스드메 패키지 비용은 200만 원 초반에서 5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스드메 평균비용은 2020년 235만 원에서 작년에는 441만 원으로 올랐다.
결혼식장 비용은 작년 10월 평균 2086만 원에서 11월에는 2106만 원으로 올랐다. 12월에는 2091만 원을 기록했다.
결혼식장 비용이 이렇게 높은 것은 식사비가 높기 때문이다. 전국 결혼식장의 1인당 평균 식대는 6만 원 수준이다.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은 8~9만 원, 호텔급은 15~20만 원에 이른다. 그러니 결혼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200명 보증 시 식대로만 1200만 원에서 4천만 원까지 지출하게 된다.
결혼식장은 오로지 이익을 위해 최소 보증 인원을 200명 또는 300명으로 설정한다. 이렇게 해놓고는, 하객이 100명이 온다 해도 최소 보증 인원 비용으로 받는다. 만약 하객이 최소 보증 인원보다 더 많이 오면 다시 인원수를 세어서 더 높은 금액을 받는다.
결혼식장 대관료와 연출료는 적어도 300만 원. 많게는 1천만 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그래봐야 웨딩홀 사용시간은 일반 웨딩홀일 경우 60~90분, 고급 웨딩홀일 경우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다. 고급 웨딩홀의 대관시간은 보통 3시간 간격이라 그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일반 웨딩홀에서는 하객들이 사진을 찍는 시간에 다음 웨딩 하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도 있다.
그야말로 사랑과 행복이 교차해야 하는 결혼식이 돈과 시간에 쫓겨 다니기 일쑤다.
3.
한국에서는 매우 불행하게도, 결혼식은 시작부터 남녀 간 차별이 심하다.
2025년 기준 한국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남성이 약 2억 1277만 원 (약 59%), 여성이 약 1억 4896만 원 (약 41%)을 부담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 6300만 원 더 많이 부담하니까, 결혼식은 남성이 훨씬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결혼 초부터 주택 마련 비용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있고, 신혼집에 관해 남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혼수비는 평균 1500만 원 정도이다.
이것은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불리한 일이다. ‘남녀평등’을 외치는 시기에 왜 아직도 이런 잔재는 여전한지 이상한 일이다. 더욱이 남성은 군 복무로 인해 여성에 비해 2년 이상 취업이 늦어질 때가 많지 않은가.
그러므로 남성에게 신혼집을 전적으로 맡기는 문화는 조속히 사라져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불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해 남녀가 서로 합의하여 합리적으로 6:4 또는 반반 부담하는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여간 그간의 결혼식 전통에서는 ‘남자는 신혼집, 여자는 혼수’라는 관습과 불문율이 존재했다. 남성이 신혼집을 마련하는 비용은 지역과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평균을 따지면, 남성은 신혼집 마련을 위해 2억 원 내외를 마련해야 한다. 전세(40~44%)가 가장 많고, 자가(37~41%)가 뒤를 잇는다.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에게 월세/반전세(15% 정도)가 가장 적은 것은, 소위 ‘젓가락 두 짝만 가지고 무일푼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한’ 나 같은 사람에겐 매우 특이해 보인다. 한국에서였다면 어떻게 했을지 모르지만, 여기서 나는 부모님의 도움이 극히 적은 가운데 좁은 아파트 월세로 결혼을 시작했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부모가 자녀 결혼한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일이 한국처럼 극심하지 않다.
한편 수도권에서는 전세 보증금이 5억 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의 지원이나 대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신혼부부 10쌍 중 7쌍 정도는 부모의 재정 지원을 받는데, 남성 측 지원 비중이 훨씬 높다.
아들 가진 집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요즘엔 결혼을 해도 시가는 멀고 처가가 훨씬 더 가깝다고 하는데…
4.
이렇게 막대한 결혼식 비용에 관해 생각해 보면…
요즘 청년들이 왜 결혼식을 기피하게 되는지, 또는 스몰 웨딩을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스몰 웨딩은 일단 하객을 50~100명으로 제한한다. (나에겐 스몰 웨딩이라면 이 숫자도 많아 보인다.)
공공예식장을 활용한다면 장소 대관료는 50만~300만 원으로 줄일 수 있다. 식대도 1인당 3~7만 원으로 줄일 수 있다. 꽃장식과 연출비까지 합해도 총비용을 1000만 원 이하로 줄일 수도 있다. 이리하여, 스몰 웨딩의 평균 비용은 500만 원에서 3000만 원에 이른다.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도 아닌데 3000만 원이 든다면, 그런 것을 스몰웨딩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스몰 웨딩조차 안 하려는 청년들도 있다.
겨우 한두 시간에 걸친 결혼식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하객들까지 불편하게 하느니, 차라리 결혼식을 생략한 채 신혼집을 마련하거나 의미 있는 신혼여행을 가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현상이다. 이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지만 결혼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잘 맞아야 가능하다. 또한, 그런 생각이 양가 가족에게도 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직 한국사회에서 ‘무’ 결혼식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남의 결혼식에 갖다 준 돈이 얼마인데…
남의 눈이 있는데 어떻게 결혼식도 없이…
결혼이란 것은 두 남녀를 넘어서 양가가 맺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전통적 관습과 문화에 친숙한 사람들에게 스몰웨딩이나 무결혼식을 거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결혼식을 둘러싼 기존 관습과 문화는 점차 점차 시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오늘날 결혼에 대한 인식 전환은 불가피해졌다.
결혼식은 현재 거대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는 젊은 남녀가 왜 결혼식을 기피하는지, 나아가 왜 결혼까지 망설이게 되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남성이 신혼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풍조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결혼식이 또 하나의 계급적 존재의식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허례허식적 결혼식은 먼저 지양되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뿐 아니라 자녀 세대에게도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일일 것이다.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모두 구글 제미나이에서 생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