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이 바빴고 마음이 아팠다. 제주도 2주살기를 끝내고 급하게 이사를 마쳤다. 평수는 작지만 서울에 이런 브랜드 아파트에 살아볼 기회가 생기다니 그저 꿈만 같고 행복했다.
남편의 말대로 그동안의 제주도에서 너무 편안하게 지내서일까. 다시 돌아온 일상은 내게 버거웠다. 혼자서 아이 넷을 데리고 매일을 다녀가는 센터와 이사로 인한 둘째의 가정보육. 제주도 2주 살기 여파로 바빠진 남편.
그로 인해 홀로 네 아이를 육아하며 살림살이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집을 꾸리며 살아간다는 것이 내 힘에 부쳤고 1분 1초도 내 시간이 없는 생활이 정신병까지 돌게 만드는 지경이었다.
나도 좀 살아보려고 편입했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중간고사 기간이 돌아왔고, 결국 이 상황에 편입을 한 내가 바보 천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낳았지만 그것이 나 혼자서 모든 걸 책임진다는 말은 아니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픈 아이 끼고 넷을 키운다는 게 내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사람을 궁지에 몰고 미치게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어떡하나, 내가 원해서 낳은 것을.
남편은 남이기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할 터 그것을 이제야 알고 나서 슬픔에 잠겨 후회해봤자 네 아이를 다시 내 뱃속에 넣지도 못하는데.
많아진 대출금과 높아진 이율로 인해 남편의 적지 않은 월급이 쥐꼬리만큼 느껴지게 되어 부업을 알아보았다가, '에휴 애들 맡길 곳도 하나 없는데. 더군다나 아픈 애를 누가 맡아주겠어.'라는 생각에 또다시 포기하다,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벌면 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 하는 생각에 '내 몸은 어떻게든 괜찮아.' 라며 밤 근무만 할 수 있는 병원을 뒤적거리다 '이렇게 몸 갈아가며 일하다 나중에 아프면 나만 손해다'라는 생각에 다시 창을 닫는다.
그냥 살아 숨 쉬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왜 이리 힘들까?
이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애를 안낳는거겠지?
감히 금수저도 아닌게, 물려받을 유산도 없는게 애를 넷이나 낳은 게 잘못이겠지?
잘 키울 거라고 잘 키울 자신 있다고 자신하며 낳았는데 왜 이리 힘이 드는 것일까?
나는 엄마 자격이 없는 것일까?
남편과 대판 싸우고, 정말 이혼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등바등 아끼려고 뭐든 다 해먹이지 않고 반찬도 좀 사고, 밖에 음식도 사서 먹이고, 나가서 먹고 싶은 것도 사 먹고 하다보니 왜 그동안 그렇게 나를 옥죄며 살았나 싶었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데. 먹고 싶은 커피 마시지 않고, 먹고 싶은 빵 먹지 않고, 배달시키고 싶지만 어플을 끄고 막내를 아기띠하고 불 앞에 서서 요리하는 일 따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말이다.
이제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셋째 아이의 낫지 않는 이 거지같은 병이 호전되지 않으니까 앞으로의 미래가 까마득하고, 내 인생이 끝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살짜리 우리 아이는 너무 사랑스러우니까.
다시 내일부터 월요일이다. 힘을 내자. 세상은 혼자다. 그걸 받아들이면 좀 더 편안해져. 어차피 아이들도 내 곁을 다 떠날테니까. 잠시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할 때 나는 기꺼이 기쁘게 이용당해주는 것만으로 내 할일을 다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