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지문 인식기가
나를 읽지 못한다
아
나는 이제
없다
부재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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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곳저곳 수리할 일이 있어 작업을 좀 했습니다. 장갑을 끼고 했지만 페인트며 화학약품이며 문지르다 보니 손이 거칠어졌습니다. 그러려니 하다가 어제 컴퓨터 작업을 하려 전원을 켜는데, 설정해놓은 지문인식 로그인이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화학 약품에 손가락 지문이 무뎌졌나 봅니다.
낭패입니다. 이리저리 수를 써서 겨우 다른 방법으로 작동은 시켰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지문인식으로 보안장치를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노트북이나 핸드폰이 그렇고, 집안이나 경비장치에도 지문인식으로 편리하게 확인장치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고 보니 등록해 놓은 지문의 손가락이 다치거나 이리 지문이 지워지면 참 난감한 일이 생길듯합니다
예전 같으면야 열쇠 교체를 하면 될 일이었지만 점점 바뀌는 세상은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하나 봅니다.
가만히 손가락을 들여다봅니다.
한평생 나와 함께 나고 자란 손가락의 지문이 바로 나라 합니다.
진하게 그려져 있던 지문도 세월이 흐르니
지워지도 닳아지고 뭉그러집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나보다 더 나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지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잘나도 그게 나임을 알려주는 건 지문인가 봅니다.
지문이 없으면 나는 내가 아닌 세상입니다.
조심스레 손가락의 지문을 만져보며,
존재와 부재를 생각해 봅니다.
전혀 신경 쓰고 살지 않았던 손마디 끝 지문이
내 존재의 유무를 쥐고 있는 가장 서열 높은 부위였습니다.
손가락에 핸드크림 발라주며 잘 모셔야겠습니다. 조금은 더 존재하고 싶은 나를 위해서 말이지요.
세상 모든 이들의 아름다운 존재를 응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