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여민 옷 속으로
아픈 가슴 없는 이 어디 있으랴
그 가슴에
빨간 약 한번 발라보지 않은 이 어디 있으랴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에
들이마시는 삶의 먼지에
눌리고 밀리어
갈비뼈 저 안쪽
어느 구석에
날카로운 통증으로 돌아 앉아

하늘 텅 빈 겨울밤에 빨간 약 한 방울
버석한 봄날에 다시 한 방울
장대비 사무치는 여름밤에 또 한 방울
삼백육십오일 빨갛게 물들어
뽀얗던 가슴은 빨갛게 물들어
따스한 봄날에도
옷깃은 여며지고
도닥거려도
먹먹한 울림

시리지 않은 가슴이 어디 있으랴

동백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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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닷가 그 꽃 무덤이 생각납니다.
주름 가득한 얼굴로 꽃 무덤 올려보던
가슴 저린 어미들의 쪽진 머리가 생각납니다.
쭈글 한 그 어느 가슴 하나
세월의 주먹질에 아프지 않았을까요
그 어느 여민 옷가슴 속
빨간 동백꽃 피지 않았을까요

들어보면,
누구나 그렇게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우며 삽니다.
살다 보면,
새빨간 동백으로 그렇게 멍이 든,
동백 빛 가슴 하나 여미고 삽니다.

어느 가슴이 시리지 않을까요
어느 가슴이 외롭지 않을까요.
멍들어 애틋한
꽃피어 안타까운
그 가슴을 보듬어 봅니다
그 가슴과 울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동백꽃 핀 가슴을 위로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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