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막염21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며칠째
눈이 간지러워
안과를 찾는다
처음 보는 젊은 의사에게
눈물을 흘리며
고해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이네요
보속처럼
안약 두 병을 내어주며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의사가 나를 보낸다
속죄받은 고해자 인양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진료비 만 이천 원을 내고
병원을 나선다

하늘을 보며
성수를 붓듯
안약 한 방울에
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안약 두 방울로
낫게 하시니
고맙습니다

눈물 없던 삶의 메마른 시간을,
꿈 없는 잠에 취한 몽롱한 새벽을,
뽑아내 버린 휴지처럼
구겨져 지나간 세월을,
애써 모른 척 외면하던 내 죄를
계절마다 깨닫게 해 주는
불치의 알레르기 결막염
네 죄를 사하노라
나를 구원해주는
만 이천 원어치 안약의 은총

오늘도
간지러운
눈물 필요한 세상

결막염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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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두 눈 부릅뜰 일이 많았는지
뭐가 그리 집중해서 볼 일이 많았는지
두 눈이 또 뻑뻑해집니다
찾아가 본 안과에선 여지없이 결막염이라 합니다.
어째 세상이 흐릿하다 했습니다
어째 앞길이 뿌옇다 했습니다
처방해 준 안약 한 방울 넣어봅니다
세월이 흐르며 점점 눈물도 말라가나요
눈물 필요한 세상입니다
눈물 필요한 시간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심장보다 먼저 눈이 버석해집니다.
가슴은 울어도
눈물은 말라있습니다
눈물 필요한 세상입니다
눈물 필요한 시간입니다.

마른눈에
눈물 한 방울 넣어봅니다
버석한 가슴에도
눈물 한 방울 채워봅니다

세상 모든 시선의 촉촉함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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