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미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왜 마음을 정리했을까
미움을 정리할 것을
하상욱 - 시 읽는 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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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안 본 지 3주 정도 되는 듯합니다.
정확히는 정치 뉴스를 외면하게 된 거지요.
보면 짜증 나는 이야기들만 나오고,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만 나오니 안보는 게 속 편하겠다 싶었습니다.
다시 시만 쓰고, 다시 책만 보고, 다시 나무만 보고, 다시 사람 사는 세상에만 눈길을 주려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정치판의 한심한 이야기가 귀에 들려 답답한 마음을 짧은 글로 비꼴 일이 있었는데, 속이 시원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뭐 꼬집을 일이 없을까 하며 자꾸 들여다보며 한심한 작태를 들썩거립니다.
어제는 어느 당대표의 장애인 관련한 어이없는 발언을 듣고는 '이런 xx 같은..' 하며 한 마디 하고 싶어 끄적거렸습니다.
통쾌하게 씹어 줄 말을 찾아 이런 저런 문장을 썼다 지웁니다. 괘씸한 마음을 보상할만한 강력한 비난의 단어와 문장을 찾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어깨가 아픕니다.
잠시 멈추고 내 모습을 돌아보니 잔뜩 긴장해있는 게 보입니다.
이는 악물고, 미간은 찌푸리고, 계속 그 정치꾼과 싸우는 듯 혈압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온몸에 미움이 잔뜩 배어있는 채, 붓 끝에도 칼을 묻혀놓은 듯합니다.
매번 마음을 안정시켜주던 묵향도 사라지고 뜨끈한 먹물만 있습니다.
이래선 안 될 듯합니다.
붓을 잠시 내려놓고, 써 놓은 글과 그림을 치웁니다.
세면대로 가서 손에 묻은 먹을 씻어내며 생각합니다.
붓 끝에 묻히지 말아야 할 미움을 묻히고 있었습니다.
정의와 공정을 외친다면서 분노와 옹졸함만을 떠들고 있었습니다.
짜릿한 혀놀림에 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정치꾼을 욕하며 그들의 야비한 모습을 닮고 있었습니다.
손을 씻고 돌아와 마음을 추스릅니다. 예전에 쓴 글들을 뒤적거리다가 몇 년 전 그렸던 글을 봅니다.
짧은 재치 있는 시로 유명한 하상욱 님의 글입니다.
'왜 마음을 정리했을까
미움을 정리할 것을'
그러게요.
점 하나를 잘 못 찍고 있었나 봅니다. '마음'에 찍을 점을 빼서 '미움'에 찍으니 마음이 온통 미움만 되었었네요.
말로는 매일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한다면서 여전히 좁은 제 속은 미움에 점을 찍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렇게 세상은 한 획의 차이인가 봅니다.
마음이 미움이 되는 것도,
사람이 사랑이 되는 것도,
님이 남이 되는 것도,
힘이 흠이 되는 것도 그렇게 한 획의 차이였습니다.
다시 붓 끝을 다듬어 봐야겠습니다.
점을 찍기 전에, 한번 더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미움을 탓하기 전에 내 마음속 티클부터 보아야겠습니다.
조금은 뒤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하겠습니다.
조금은 천천히 세상과 이야기해야 하겠습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해야 하겠습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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