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 이덕규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 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


허공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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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서,

이 시를 그려보면서,

오그라드는 내 뭉툭한 엄지발가락 위로,

평생을 오그라들었을 그 뭉툭한 엄지발가락이 겹쳐집니다.


기댈 곳 없는 허공에서 점점 기울어가는

그 큰 나무의 기둥을 보면서,

어느덧 내 어깨도 허공에 기대고 있음을,

그래도 내 몸에 기댄 어깨를 받쳐보려

엄지발가락에 한번 더 힘을 주어 봄을,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그렇게 뿌리 끝에 힘을 주어,

허공을 쥐고 버티며,

짐짓

내게 기댄 그 어깨에는 따뜻한 체온을,

내게 기댄 그 어깨에는 여전한 든든함을,

그렇게 주고 있음을 자신하는,


저릿한 발가락에 힘을 모아 보는,

그렇게 또 허공에 기대어 보는,

바람 포근한 4월의 어느 날입니다.


세상 모든 든든한 부모님들의 저린 발가락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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