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죽환생 - 정온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枯竹還生(고죽환생)

마른 대나무가 다시 살아나다


​- 정온(鄭蘊)


​移竹當窓種(이죽당창종)

要看雪裏莖(요간설리경)

土新枝蹔悴(토신지잠췌)

天定葉初萌(천정엽초맹)

得雨添生色(득우첨생색)

逢風漸有聲(봉풍점유성)

干霄孤幹在(간소고간재)

從此日崢嶸(종차일쟁영)


​창 앞에다 대나무를 옮겨 심은 뜻은

눈 속에 푸른 줄기를 보기 위함이라

흙이 새로워 가지가 잠시 야위었지만

적응력이 좋아 움이 다시 트는고야

비를 맞고 나서 갈수록 생기가 돌고

바람이 불면 점차 소리도 나는구나

줄기 하나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

숱한 날들을 그렇게 잘도 자라겠지


------------------------------------


지난해 화단에 대나무를 키웠습니다.

땅에 심은 게 아니라 화분으로 키우던 대나무이지만 제법 운치가 있고 보기 좋았습니다.

봄의 바람에,

여름의 햇빛에,

가을의 하늘에,

겨울의 눈에 멋진 대나무의 초록을 보여주었습니다.

올해 초에도 눈 속에서의 초록이 정겨웠습니다.


그런데 3월 경 잠시 물 주는 걸 잊었나 했더니 갑자기 대나무들이 말라 버렸습니다. 정신 차리고 돌아보니 그 많던 대나무 잎들이 거의 누렇게 말라있습니다.

뒤늦게 속상한 마음을 갖고 수시로 물을 줍니다. 마른 가지도 정리해주고 매일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마른 대잎을 보니 여간 마음 아픈 게 아닙니다.

부지런히 물을 주며 5월 경까지 한번 지켜보려 합니다. 혹시나 따뜻한 햇볕 아래 죽순이 올라올지, 누런 잎을 떨구고 초록잎을 갈아입을지 마음 쓰며 기다려 봅니다.


마른 대나무에 대한 처방이 없을까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지다가 고죽환생 ​枯竹還生이라는 반가운 시조를 발견합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정온의 동계집 1권에 나오는 시조입니다.

마른 대나무가 다시 살아난다니 지금 내가 바라는 정말 반가운 글입니다.


마른 대나무를 보며, 몇 백 년의 세월을 넘어선 정온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조선 시대에 다시 환생한 대나무처럼, 내 화단의 나무들도 강한 적응력으로, 강한 자생력으로 다시 초록잎이 가득하여, 게으른 내 손길에 한번 더 기회를 주면 좋겠습니다.


마른 대나무의 환생을 기원하며, 부지런히 물을 떠 나르는 봄날의 하루입니다.


세상 모든 생명이 움트는 싱그런 봄날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고죽환생 #정온 #마른대나무

#사노라면 #사는이야기 #손그림 #감성에세이 #시 #수묵일러스트 #묵상 #묵상캘리 #김경근 #캘리에세이

이전 13화허공 - 이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