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 류시화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 질 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 질 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어떤 것도 말고


나무의 시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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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입니다.

아직도 식목일 하면 나무 심는 날보다 공휴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다들 왜 출근하나 찾아보니 이제 공휴일이 아니라 기념일입니다. 그것도 2006년부터 말이죠.

난 어느 시대에 살고 있었나요. 분명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마 머리속에 온통 노는 날만 기다리며 출퇴근을 했었나 봅니다.


류시화 님의 나무의 시를 그려봅니다.

종종 나무는 우리네 삶과 참 닮아있다 생각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저마다의 크기로 그렇게 어울려 숲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말이죠.

그러기에 많은 시인들이 나무를 이야기합니다.

나무를 보고 삶을 이야기합니다.


시인은 이야기합니다.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그러게요.

나무를 이야기하려면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리며

나무처럼 바람을 맞고

나무처럼 비를 맞으며

새를 불러 새집을 짓고

잎을 돋아 그늘을 만듭니다.

그렇게 세상 어느 작은 구석 땅에,

나를 닮은, 내 삶을 닮은 나무 한그루 심어 봅니다.

​그리하여 외로움이 내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 질 녘 내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그 나무에게 가 나무를 이야기하고 삶에 대해 말해야겠습니다.


곳곳에 봄의 발자국이 흐드러진 봄의 어느 날,

마음 한 구석에 나를 닮은 작은 묘목 하나 심어 보는 식목일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시간을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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