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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18. 2022

귀뚜라미 - 나희덕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打電)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나희덕 - 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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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일지 모르지만 창밖의 밤 바람결이 달라졌습니다.

뒤척거리며 밀어놓았던 이불도 주섬주섬 끌어당기게 됩니다.

아침에 만나는 공기가 제법 상쾌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면 바람의 결이 제일 먼저 바뀝니다.

코 끝이 간질간질 한 걸 보니 기온이 달라지긴 하는가 봅니다.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그렇게 조금씩 계절은 움직입니다.


조만간 이 세상의 색은 또 변하겠지요.

하늘색도

바람결도

나무의 빛도 또 달라지겠지요


아직은 매미소리가 더 크게 울리지만 조만간 귀뚜라미의 노래가 들리기도 할 겁니다

누군가의 가슴이 노래로 가득할 날도 오겠지요.


나희덕 님의 귀뚜라미 한 구절 그려보며 가을을 기다려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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