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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31. 2022

마음 도랑 청소하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아내와 산책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읽는 책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그중 한 명에 대한 내 부정적인 시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들어 접어놓고 잊고 있었던 이었습니다.


딱히 기억도 나지 않는 이유로 여전히 미워하는 건 편협한 마음이라 아내가 이야기합니다.

그러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도 그렇겠다 싶어 산책에서 돌아와 그의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그러니 그에게서 나오던 현학적인 말투와 빈 껍데기 같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마뜩치않아하던 기억이 다시 살아납니다.

지금 들어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 당시는 그 현학적인 수사가 같잖았나 봅니다.

아내의 이야기대로 나 또한 현학적이기에 그 꼴을 못 보던 거라 생각도 듭니다.


문득 편협이란 단어를 찾아봅니다.


편협 (偏狹/褊狹) : 한쪽으로 치우쳐 도량이 좁고 너그럽지 못함


그러게요. 여전히 내 마음은 좁고 너그럽지 못한 채인가 봅니다.

세월이 흐르며 쌓인 감정의 쓰레기들이 가뜩이나 좁은 마음의 도랑을 이곳저곳에서 가로막혀 있었나 봅니다.


좁은 마음이야 타고난 것이니 이제 이 나이에 넓히는 건 불가능할게고,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그 도랑에 쌓인 마음 쓰레기나 걷어내는 일일까요.


밴댕이 속만한 마음을 애써 넓히며 책을 마저 읽어보다가 덮습니다.

마음 저 구석에서 쓰레기 치우던 마음이 이리 이야기하는 게 들립니다

'에라 내버려 둬라, 이러고 살다 말지.'


정기적으로 마음의 도랑 청소 주간이 필요한 편협한 글쟁이의 오늘입니다.


그래도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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