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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02. 2022

바람의 말 - 마종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ㅡ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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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람을 기다립니다.

긴 세월 담아보냈던 그 바람에

이제 또 마음 가득 담아 보냅니다.


그리고 이제 그저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습니다.


그리하여 또 어느 날,

따스한 바람 귓가에 스치는 날,

착한 당신들의 말에 귀 기울여 볼 겁니다.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그대들의 말을.


세상 모든 이들의 안식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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