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 마종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ㅡ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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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람을 기다립니다.
긴 세월 담아보냈던 그 바람에
이제 또 마음 가득 담아 보냅니다.
그리고 이제 그저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습니다.
그리하여 또 어느 날,
따스한 바람 귓가에 스치는 날,
착한 당신들의 말에 귀 기울여 볼 겁니다.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그대들의 말을.
세상 모든 이들의 안식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