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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과 머저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지금은 자주 못 가보지만 서울 정동에 세실극장이라는 연극극장이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그 세실 극장에서의 연극 관람은 어린 제겐 최고의 문화 사치였지요.


그 시절 언제 보았는지 내용도 장소도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제목만큼은 확실히 기억이 나는 연극이 있습니다.

'등신과 머저리'입니다.

사회 풍자적인 내용이지만 제겐 내용보다는 제목이 더 깊게 각인된 연극입니다.

사실 더 강하게 기억나는 건 이청준 작가의 '병신과 머저리'라는 소설이긴 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등신 等神'이란,

'어리석은 사람을 뜻하는 수위 낮은 욕설로, 원래 나무, 돌, 흙, 쇠등으로 만든 사람은 일종의 모형을 말하며 어떠한 능력도 없음을 말한다.

등신은 멍청이, 얼간이, 머저리 등과 비슷한 말이다......'라고 합니다.


등신이란 단어 그 자체로는 욕이 아니지만, '등신 같다' 하면 사람처럼 생겼지만 자기 스스로는 생각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형같은 인간이란 뜻이되니 욕이긴 합니다.


문득 사오십 년 전의 제목들이 생각나는 건, 요즘 부쩍 뉴스를 볼 때마다 저절로 이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와서일까요.

'등신과 머저리'라는 단어가 찰떡처럼 딱 어울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유행대로 주어는 없습니다.

정치 이야기 아닙니다.

문득 생각난 문학 연극 이야기입니다.


세상 곳곳에 세워진 등신들이 제 몫을 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이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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