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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의 정신승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고전 중에는 읽은 듯 읽지 않은듯한 소설들이 제법 있습니다.

워낙 어릴 때 읽어서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못 하고 잊어버린 책도 있고, 다이제스트로만 읽은 책도 있습니다. 읽다가 지루해서 덮어버린 책도 있고, 단테의 '신곡'처럼 몇십 년째 다 못 읽은 책도 있습니다.


루쉰의 '아큐정전 阿Q正傳'도 그중 하나입니다.

워낙 유명하니 읽었을 법도 한데 딱히 기억은 안 납니다. 어쩌면 제목만 수십 번 들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이 책이 생각난 건 요즈음의 어느 곳의 '정신승리' 패턴과 매우 비슷하다 생각해서입니다.


책의 주인공 아큐阿Q는 사방에서 구박을 받고, 몰매를 맞아도, 남다른 정신승리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매한 주인공입니다.

현명한 정신승리가 아니라 자기 최면의 정신승리로 말이지요.

최후의 순간까지 우매한 상황에서 깨어나지 못함이 블랙코미디같은 소설입니다.


세상의 상식이 재정립되는듯한 시절입니다.

살아오던 삶의 기준이 휘청거리는 시절입니다.

그 흔들리는 시절에도 내 마음속 기준만은 흔들리지 말아야 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어느 권력자의 환각 정치와 그의 남다른 정신승리가 오버랩되며, 씁쓸한 마음으로 아큐의 마지막 장을 덮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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