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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돌이 골퍼의 기도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연습 스윙은 프로 스윙이지만

막상 타석에선 오비 샷을 치게 될 땐, 인생은 힘 빼고 사는 것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게 하시고,


치는 샷마다 슬라이스가 날지언정

종종 나무 맞고 들어오는 행운에 감사하게 하시고,


드라이버 잘 쳐놓고 세컨드 샷은 뒤땅을 치게 되면, 살면서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의 액땜이려니 생각게 하소서.


어프로치 때 어이없는 미스샷을 치면, 인생은 쉬워 보일 때 제일 조심해야 함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게 하시고,


버디 찬스에서 보기가 되는 쓰리 퍼팅을 하더라도 애매한 1미터를 OK 주는 동반자에게 감사하는 삶이게 하소서.


십년 백돌이일지라도 싱글과의 라운딩에 주눅 들지 않는 고결함을 갖게 하시고,


가져온 내 볼이 다 OB로 사라졌다 해도, 페어웨이에 넘어온 옆 홀의 공에 초연하는 청빈함을 간직하게 하며,


그린에서 내 라인은 읽지 못하더라도 남의 라인은 밟지 않는 섬세한 배려심을 갖게 하시며,


18홀을 마친 후, 채워 온 지갑이 텅텅 비었다 해도 즐거운 식사로 배부름을 감사하게 하소서.


골프는 스코어보다 관계가 중요한 것임을 기억하게 하고,

내기 골프보단 명랑 골프를 즐기게 하시고,

연습은 안 해도 다음 라운딩엔 제발 오늘보다 한 타라도 줄어들게 해 주소서.


백돌이 골퍼의 기도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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