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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다 똥 된다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계절도 바뀌고 해서 신발장을 정리했습니다. 신발장은 꽉 차 있는데 막상 신고 다닐게 마땅치 않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구석에 넣어둔 쓸만한 샌들이 눈에 띕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오래전에 사 놓고 아껴 신는다며 몇 번 안 신고 잘 보관해놓은듯합니다.

이참에 신으려 꺼내서 먼지도 털고 바닥도 닦아서 신어봅니다.

발엔 잘 맞는데 몇 걸음 걸으니 이음새가 후드득 떨어집니다. 겉만 멀쩡했지 세월에 삭아버렸나 봅니다. 자세히 보니 바닥 고무도 변해버렸네요.

아깝다며 끌탕을 하면서 샌들을 버립니다.

자주 신으며 길들여야 할 것을 보관만 몇 해를 했나 봅니다.

이럴 때맞는 말이 '아끼다 똥 된다'입니다.


신발만 그럴까요.

아끼며 살아야 할 것도 많지만, 아끼지 말아야 할 것도 많은 겁니다.

우리 마음도 그럴 겁니다.

사랑의 표현도 그럴 겁니다.

머쓱하다 하여 마음속에 박아놓고 꿍쳐 놔봐야 죽을 때 되면 아무도 모릅니다.

입 밖에 내지 않고 아껴봐야 결국은 똥 되는 거지요.


오래된 신발을 치우며 새삼 삶의 교훈 하나 얻어 갑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의 모든 마음들,

세상의 모든 손길들,

그 따스함과 응원에 감사합니다.

고마운 마음의 표현, 아끼지 말아 보렵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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