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갑甲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갑甲은 참 억울합니다.

원래 의미는 갑옷 갑甲입니다. 거북이 등껍질 같은 단단한 형태에서 유래했다 하지요.

그런데 때론 갑남을녀甲男乙女처럼 흔하디흔한 허드레 것에 이름을 가져다 붙입니다.

그러다가는 언제는 갑甲이 최고라며 첫째라며 엉덩이를 툭툭 쳐서 기분 좋게 해줍니다.

그런가 보다 했더니 이제는 갑질한다며 사람들을 대신해 세상의 손가락질을 제일 앞에서 받게 합니다.

이렇게 갑甲이라는 글자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대우를 받는 글자도 드물 겁니다.


그렇게 지탄을 받아도 끊이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갑질입니다.

이젠 하다 하다 돈 주고 가는 경영 대학원 중퇴자의 갑질이 구설수입니다.


갑甲이라는 딱딱한 권력과 오만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은 거북이 껍질 안에 든 말랑한 살처럼 내세울 건 그 껍질뿐인 것이니 측은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람을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갑甲의 모습은 갑남을녀甲男乙女 일지도 모릅니다.

지구상에 흔하게 퍼져있는, 종족을 이루면서 지구를 파괴해가고 있는, 똑같이 나고 똑같이 죽는 유기물의 총합체인 생물 말이지요.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갑질에 부끄러운 나의 껍질 한번 벗어보는 오늘입니다. 좀 더 단단한 마음의 수련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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