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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08. 2023

묵주를 다시 끼우며

스테파노의 겨자씨 묵상 한 톨

코로나세상이 멈칫합니다. 다시 숫자가 늘어난다고는 합니다만 이젠 사람들의 마음에 생긴 내성의 크기만큼 두려움에도 내성이 생긴듯 합니다.

코로나 세상은 예전부터 살아오던 우리의 생활양식부터 우리의 생각까지 많은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바뀐것 중에 하나가 내가 보는 신앙에 대한 자세입니다.

코로나로 어수선하던 그 시기가 어쩌면 신에 대한 믿음의 깊이와 인간이 만든 신앙의 형식의 모순을 마주하게 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신앙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던 인간들의 맹목적인 믿음과, 신앙인들이라 칭하던 이들이 행하던 악행과 무질서를 보면서, 신앙이란 포장으로 차곡차곡 감싸놓은 우리의 오해가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같은 신을 생각하면서도 신앙의 종류로 차별되어지는 아이러니의 세상도 보았습니다.

신앙의 기간이 신앙의 깊이로 가늠되고, 신앙의 깊이가 사람의 비교조건이 되는 부조리도 보았습니다.


어쩌면 코로나 시기는, 당신이 원하신 인간들의 믿음의 세상과, 인간이 만든 신앙생활이라는 제도사이의 괴리를 깨달아보라는 신의 제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성전을 허물라는 말씀을 묵상하며, 조용히 묵주를 빼어놓았었습니다.

장소보다는 마음에 당신을 모시고자 했습니다. 형식보다는 깊이로 더 당신께 다가가리라 기도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희미해진 나의 신앙을 합리화하던 중, 신영복님의 언약이란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습니다.

'사상은 실천으로 완성된다.

생활속에서 실천된 만큼의 사상이 자기것이며 그 나머지는 아무리 강론하고 공감하더라도 결코 자기것이 될수 없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듯 잠시동안 멍했습니다. 내 작은 그릇을 덮어놓은 보자기를 들춰내버린듯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신앙도 사상입니다.

그러기에 사상이 실천으로 완성되듯, 신앙도 실천으로 완성됩니다.

그런데 내 믿음의 정의를 세상 탓만 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신앙의 형식이라 외면하기만 했습니다.

나 혼자의 기도가 더 소중하리라 생각했었습니다.

내 신앙의 실천은 하지 않은 채, 타인의 신앙 탓만 하고 있었습니다.


묵주를 다시 끼워봅니다.

늘어난 교만과 욕심의 두께만큼 손가락에 끼워지는 묵주반지가 뻑뻑하게 들어갑니다.

묵주를 다시 끼우며,

실천의 신앙을 묵상합니다.

생활의 신앙을 묵상합니다.

내 실천의 무게로 재어지는 내 신앙의 무게를 묵상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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