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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12. 2023

휘어진 용마루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주역의 구절에 보면 '동요棟橈 흉凶'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라면 '굽은 용마루를 지붕에 쓰면 흉하다'라는 뜻입니다.


굳이 주역의 이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누가 보아도 그럴 겁니다.

곧아야 할 지붕의 용마루가 삐뚤게 굽어있으면 누가 보아도 잘 못 된 걸 알 일입니다.

그렇게 삐뚤어진 나무로 용마루를 쓰지도 않을 것이고 말이지요.


그런데 왜 주역엔 이런 경구를 두었을까요

그건 우리들 사는 세상이 그렇게 비상식적인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급하면 굽은 나무로도 용마루를 쓰는 게지요.

그리곤 잘못된 줄 알면서도 끌탕만 하고 고치지를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사는 일이 흉 凶 해지는 겁니다.


휘어진 용마루가 얹힌 어느 나라의 지붕이 매일 보입니다.

용마루가 삐딱하니 올려진 기왓장도 삐뚤빼둘 못난 것만 올려집니다.

그렇게 되니 매일 비도 새고 바람도 들이칩니다. 이대로 올겨울 큰 눈을 견딜 수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집이나 나라나 똑바른 재목을 써야 할 일입니다.


주역 한 구절 그려보며, 세상 모든 이들이 든든한 지붕 아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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