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이쯤에서 돌아갈까 보다
차를 타고 달려온 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보지 못한 꽃도 구경하고
듣지 못한 새소리도 들으면서
찻집도 기웃대고 술집도 들러야지
낯익은 얼굴들 나를 보고는
다들 외면하겠지
나는 노여워하지 않을 테다
너무 오래 혼자 달려왔으니까
부끄러워하지도 않을 테다
내 손에 들린 가방이 텅 비었더라도
그동안 내가 모으고 쌓은 것이
한 줌의 모래밖에 안된다고
새삼 알게 되더라도
신경림 -이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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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달리고 난 후에야
그렇게 멀리 간 후에야
그렇게 숨 헐떡이며 멈춘 후에야
알게 되는 건가 봅니다
그렇게 달려봐야 다 거기이고
그렇게 가져봐야 내 주먹 한 줌인 것을
이제는 다리에 힘도 빠지고
이제는 숨도 목까지 차고
이제는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이제서야 알게 되는 게
그게 인생인가 봅니다
그래도
이쯤에서 깨닫길 다행이라 합니다
그래도
이쯤에서 멈추길 다행이라 합니다
그래도
오늘 미소 지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 합니다
혼란의 안갯속에서, 이쯤의 지혜를 생각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