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믿음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신앙이 왜 이러냐며

종교가 왜 이러냐며

마뜩 찮은 마음으로

칭얼대며 투덜대며

부활절 시를 쓰니

글 안에 스미는 건

회한과 원망

부끄러움과 개탄

글을 지우고

시를 찢는다


던져버린 붓 끝으로 들리는 말씀

네 안의 티끌만한 믿음도 어찌 못하면서

누구의 믿음을 탓하려느냐

누구의 신앙을 말하려느냐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그저 나나 잘하자며

그저 나나 깨끗해지자며

부활 못한 삶은 달걀

꾸역 구역 밀어 넣는

삶아진 믿음이 부끄러운

부활절 아침


삶은 믿음 -사노라면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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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쟁 이후로 신앙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지난겨울의 거리의 외침을 보며 믿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사제단의 뼈아픈 기도를 보고 들으며,

불의에 침묵하는 종교인들의 이중성을 보며, 종교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주말이 부활절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쓰니 글 끝이 뾰족해집니다

가라앉지 않은 마음으로 시를 쓰니 종이가 찢어질 듯 날카롭습니다

문득. 그 날카로움에 베이는 건

정작 선한 믿음이 먼저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 뾰족한 마음에 찔리는 건

신실한 믿음이 먼저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레위인을 자처한 후안무치는,,

새벽닭이 울어도 부끄럽지 않은 이는

정작 부활을 외치며 또 사람들을 모을 테니 말이지요.


썼던 시들을 다 찢어버립니다.

그렸던 말들을 지워버립니다

내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예수님이 세상에 부활함을 기다릴 게 아니라,

가장 작은 내 마음에 먼저 부활시켜야 할까 봅니다.


촉촉한 봄날, 세상 모든 곳에 평화로 부활할 모든 선한 마음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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