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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사랑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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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이 좋은 이유 중 또 하나는,
청춘들의 결혼이 많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이야 계절을 가리지도 않고,
또 결혼하지 않는 청춘들도 많은 시기라
결혼하는 청춘들이 또 다르게 보이는 시기입니다.

결혼하는 청춘들을 보면서,
사랑하는 마음들을 보면서,
사랑의 콩깍지를 생각해봅니다.

흔히 사랑할 땐 눈에 콩깍지가 씐다 하지요.
각자로 살아오면서의 그 숱한 허물과, 그 숱한 다름과, 그 숱한 틀림이 무뎌질 때까지,
사랑이란 이름으로 콩깍지를 눈에 덮은 채 그렇게 사랑은 시작됩니다.
뽀얀 콩깍지 너머로 바라보는 사랑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이고, 상상하던 바로 그 사랑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콩깍지가 떨어질 즈음에,
이제 새로운 세상이 보입니다.
더는 환상적이지 않고,
더는 몽환적이지 않고,
더는 상상 속이 아닌 현실을 마주하게 되지요.
어쩌면 그때부터의 사랑이 더 진실한 사랑일지도요.
환상에서 깨어, 상상에서 깨어, 치열한 현실을 같이 살아가는 진정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런 게 삶이겠죠
그런 게 우리의 인생이겠지요.
어쩌면,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사람을 짝지우게 하기 위해
사랑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어디선가 삼신할머니가
큐피드의 화살처럼 그렇게 콩깍지를 뿌려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흘린 콩깍지 하나 주워 볼까요.
사랑을 하는 분이던,
사랑이 그리운 분이던,
깨어난 현실이 머쓱한 분이던,
오늘은 오랜만에 콩깍지 눈에쓰고,
지금 곁의 그 사람을,
지금 곁의 그 그리움을
지금 곁의 세상을 사랑해 볼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콩깍지 씐 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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