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그리움 꽃비 되더니
이른 봄 찬 바람에 춘설로 오네
단단하지 않은 그리움은
물러진다며
화들짝
춘설로 오네
어느 하늘 아래 작은 길목
살포시 내려앉아
봄바람 쪽볕에
마음을 깨우네
춘설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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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나고 봄이 와야 하는데,
겨우 내내 보지 못하던 함박눈이 내립니다.
아직은 멀었다는 듯이
조금 더 기다리라는 듯이
찬바람에 춘설이 내려줍니다.
새벽의 기온이 목덜미를 잔뜩 휘어잡는 기온입니다.
너무 봄이 순순히 온다 생각했더니
역시 아직은 찬 바람이 남았습니다.
맥없이 지나가는 겨울일까 생각하던 참에 오히려 이 추위가 반갑습니다.
하마터면 껍질을 단단하게 하는 인내의 시간도 없이,
하마터면 기다림의 고마움도 느낄 새 없이,
하마터면 세상은 그리 쉬운 거라는 착각 속에,
그렇게 감흥 없이 봄을 만날 뻔했습니다.
단단해지지 못한 씨앗은
물러버립니다.
겨울의 칼바람을 견디고,
버석한 흙내음을 묻히고,
그렇게 단단해진 씨앗이어야
봄날의 따스함속에
껍질을 열고 새싹으로 피어나겠지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루하루가 조급해집니다.
겨울이 가면 봄은 온다는 타성에 익숙해져서 일까요
아니면,
그 봄에 피울 새싹보다
털어 낼 낙엽이 더 많아져서일까요.
천천히 걸어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요즈음입니다
때 이른 봄눈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늦은 겨울,
갓 내린 따스한 커피 한 잔의 향기가 반가운 아침.
세상 모든 가슴들의 따스한 하루를 응원해봅니다
평화를 빕니다
-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