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Apr 20. 2020

생활과 예보 - 박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비 온다니 꽃 지겠다

진종일 마루에 앉아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박준 - 생활과 예

============================
바람에 흩날리던 꽃잎들이 간밤에 내린 비에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습니다.
하늘은 낮게 내려와 떨어진 꽃잎들을 보듬어 줍니다
문득, #박준 시인의 #생활과예보 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비 온다니 꽃 지겠다'
시 속에서 말씀 없으시던 아버지의 한마디이지요.

아버지의 그 한 마디 안에는  
'비 오니 썰렁해져 감기 걸릴라 옷 챙겨 입어라'
'비 오니 돌아단닐때 조심해서 다니고'
'비 오니 늦잠 자지 말고'
'비 오니 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고'
'비 오니 맘 상하지 말고 기운내고'
'비 오니 가슴 저려 눈물 흘리지 말고...'
숱한 마음이 들어 있을 겁니다

말 주변 없으신 아버지의 한 마디엔
세월 흘러 느려진 아버지의 한 마디엔
세상의 못 다해 준 이야기를
세상의 못 나눠 준 마음을
비 오면 꽃 지겠다는 그 한 마디 안에
빗물처럼
꽃잎처럼
그렇게 그렇게 녹아 저며 이야기하나 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꽃잎 같은 날들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캘리그라피 #공감에세이 #네이버포스트 #다음브런치 #붓끝에시를묻혀캘리한조각
#사노라면 #캘리 #illustration #calligraphy #손글씨 #손그림 #일러스트 #감성에세이 #시 #노래 #수묵일러스트 #책 #소설 #영화 #예술 #korea #words #art #artwork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