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연등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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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불상 앞
꽃밭 천지
분홍 연꽃 흐드러져
발원 천리

우리 아들들 건강하게 해 주소서
관세음보살
우리 자식들 무탈하게 해 주소서
나무아미타불

연등 꽃밭 속 키 작은 까치발 딛고
하얗게 세월 얹은머리 분주히 움직여
울 엄마 올해도
등 하나 밝히신다
아들 손자며느리
무병장수 하라고
등 하나 밝히신다
평생 당신 이름은
올린 적 없는
발원 천리 등 하나 밝히신다

검은 머리 흴 때까지
관세음보살
흰머리 연등되어
나무아미타불
울 엄마 올해도
등 하나 밝히신다

어머니의 연등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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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초파일이면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북적이는 인파들 속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연등 앞에서 열심히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물어본 적은 없지만 연등 앞에서의 어머니의 기원은
오로지 자식과 가족을 위한 발원이었겠지요
정작 애쓰시는 당신은 그 발원에선 저 구석으로 밀어 놓으셨을 겁니다.

매 해 그리 발원기도 해주시던 어머니도 이제는 그 기도마저 쉽지 않게 근력이 떨어지셨습니다.
당신의 온 평생을 자식들 위해 쏟으셔 이제 남은 건 마음뿐입니다.
그 사랑을 감히 받지도 못합니다
그 마음을 갚을 엄두도 못 냅니다

그 사랑 앞에서
그 마음 앞에서
사랑한다 감사한다 채 말도 못 꺼냅니다
어쩌면 그 말을 여는 순간 쏟아질 눈물을 참기 힘들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젠 저 연등에 어머니를 향한 나의 발원이 필요할 때이지만,
이젠 내가 저 연등에 어머니를 향한 건강을 담아야 할 때이지만,
막내아들은 올해도 엄마에게 조를 겁니다
'엄마, 우리 연등 달아 줘야지.
엄마, 우리 발원해 줘야지'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큰 사랑에 감사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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