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다를 잃어버렸습니다. 바닷가를 거닐며 바다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당신을 잃는 것입니다. 당신을 다 안다는 것은 당신에 대하여 눈을 감는 일입니다. 사랑도 그러합니다. 이 가을에 이젠 떠나야겠습니다. 멀리서 더 깊이 당신에 젖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와 흔들리는 가슴 물새들의 반짝임도 울음소리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들어야겠습니다. 당신이 보내신 편지를 읽듯이 멀리서 떨리는 손으로 등불 아래서 펴 보아야겠습니다.
====================== 이렇게 긴 장마를 겪은지도 꽤 오랜만입니다. 어릴 때 비가 오래 왔던 기억이 납니다만, 이만큼 길었을까 싶습니다.
마르께스의 소설 '백년동안의 고독'에 보면 수년간 장마가 계속되는 장면이 있었지요. 소설의 내용보더 그 지리한 장마의 장면묘사에 마음이 답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빗소리를 좋아하고 비도 좋아하는 저이지만, 긴 장마엔 집안뿐 아니라 마음 한구석도 꿉꿉해집니다.
그렇게 세상사엔 적당한 선이 있는가봅니다. 바다를 보며 바다를 잃어버린 시인처럼, 긴 장마에 비의 시원함도 무색해짐일까요 너무 가까이 있다는것은 당신을 잃는 일이라 합니다. 비가 가까이 있으니 그 신선함도 옅어지나 봅니다.
이젠 잠시, 이 습기를 날려줄 태양이 필요합니다. 곡식이 자랄 막바지 기운이 필요합니다 당신을 기억 할 거리가 필요합니다. 등불 아래에서 기억 할 당신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