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낙타 / 신경림 ======================= 습한 날씨 속에서 신경림님의 낙타를 그려봅니다. 우연히 펼쳐 만난 낙타가 이 날씨에 마음에 들어옵니다.
지루한 장마 속에서 사막을 봅니다. 사막같은 삶을 봅니다 그 사막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낙타같은 나를 봅니다
이 세상 떠날 때 그렇게 낙타처럼 낙타를 타고 가리라 한답니다 그저 모래만 보고 살던 낙타처럼 가리라 한답니다. 그리하여 다시 세상에 올땐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아온 낙타가 되어 나 닮은 가장 무심한 세상 재미없게 산 길동무 하나 태워 그렇게 터벅이며 오리라 합니다.
이 장마가 지나면 또 사막같은 뜨거움이 오겠지요 이 세월이 지나면 또 사막같은 삶도 오겠지요 그 사막에 낙타타고 터덜터덜 해를보며 별을보며 모래언덕을 걸어가는 나를 만날 날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