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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22. 2020

화풀이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이기주 수필 - #사랑은내시간을기꺼이내어주는것이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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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을 넘게 이어지는 어수선한 역병의 소식에 알게 모르게 마음엔 화가 쌓입니다.
조금 나아져서 잘 넘기나 할때마다, 어이없는 무리들의 무지한 행동과 뻔뻔한 언사에 쌓였던 화가 부르륵 일어납니다.

마음을 달래려 꺼낸 책에 이누이트 족의 화풀이법이 나옵니다.
그들의 현명함에 감탄을 합니다.
어쩌면 지금 내 속에 끓고 있는 화가,
자칫 나를,
내 주변의 사람들을 다치게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막대기 하나 들고 나서야 겠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이 화가 난 상태로는 손에 들린 작대기로 무지한 이들이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꾸욱 참고 멀리 걸어야 겠습니다.
그 어느 곳, 내 마음 차분해진 그곳에
막대기 하나 조용히 꽂고 와야겠습니다.
그 자리에
미움도 묻고,
원망도 묻고,
서러움도 묻은 후,
가벼운 빈손으로 돌아와야  보렵니다.
나를 위해서,
내 주변의 따스한 마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여기저기 작대기 하나씩 꽂혀있는 그런 평화로운 주말이시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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