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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23. 2020

꽃잠 - 김성규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조각

어미 소는 막 태어난   
새끼를 핥고 있었다  

먼지처럼 흩어지는   
햇빛 속에   
꽃밭에   
누워
잠에 빠진   
송아지
혓바닥으로
핥아주면
마당을 뛰어다니는
바람 속에
구름 아래
누워
일어나지 않는   
송아지
혀에서    
붉은 꽃 필 때까지  

어미 소는   
죽은 새끼를   
핥고 있었다  

#꽃잠 - #김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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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잠은 순 우리말입니다.
꽃잠이란 깊이 든 잠 또는 신랑 신부의 첫날 밤의 잠을 말한다고 합니다.
아주 예쁘고 가슴 설레는 단어이지요.

시인은 그 꽃잠이란 단어를 갓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송아지의 모습에 얹어줍니다.
가슴 아픈 마음을 그 고운 단어로 달래줍니다.
그 생명은 그렇게 꽃잠속에서 풀밭 누비며 세상 누비며 뛰어다니길 기원함이겠지요.
꽃잠을 잔다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네요.

가을입니다.
뭔지 모를 조급함에 새벽잠은 설치고,
깊이 든 잠을 자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신혼의 꽃잠은 못자더라도,
아무 생각없이 푹 깊은 꽃잠을 자는 개운한 밤이 기다려집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아름다운 꽃잠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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