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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04. 2020

노독 - 이문재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 한 조각

#노독 /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
한 해의 끝입니다.
어느샌가 두꺼운 외투가 더 반가워집니다.
목도리에 몸을 깊이 파묻고
한 해의 끝길을 걷습니다.

이젠 길이 내려서라 합니다
올 한해 그리 지난하게 달려 온 길끝에
이제 잠시 등불앞에 가만히 앉아보라 합니다.
달려 온 길을
지나 온 길을
가만히 돌아보라 합니다
달려온 그 동안 얼마나 내 어깨엔 힘이 들어갔는지
지나 온 그동안 독같은 시간을 얼마나 견뎌왔는지

길은 그렇게 이야기 해 줍니다
따스한 등불 아래서
심지를 한 칸 올리며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 한 죄를
이야기 합니다.

나의 등불도 심지를 돋아
한 해를 돌아볼 시간입니다
어정어정 보낸 시간인지
허겁지겁 달려든 시간인지
가만히 등불 앞에서
길을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따스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내용 전문은  #네이버포스트  #붓끝에시를묻혀캘리한조각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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