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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계절산타 Jul 26. 2016

아무래도 좋을 그림

여행과 만년필

밑줄긋기, 메모하기, 낙서하기, 스케치하기, 색칠하기, 글쓰기.... 제가 만년필을 가지고 하는 것입니다. 만년필이 결코 싼 물건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저가로 시작하지만 점점 비싼 만년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편리하지도 않습니다. 잉크를 매번 넣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세척도 해 주어야 합니다. 필압을 세게 주면 닙(nib)이 망가지지도하고, 막 흔들고 다니면 잉크가 새기도 합니다.


만년필을 좋아하다 보니 늘 직면(!)하게 되는 것이 '만년필의 효용성'입니다. 참 어려운 것입니다. 효용이라는 측면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처럼 돈도 쓰고 시간도 쓰는 경우에는 이 놈의 효용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래서 한때는(지금도 하고 싶은데 잘 안되지만) 만년필로 그림도 그리고 짧은 생각도 써서 보여주곤 했습니다. 그때 했던 몇 개를 보여드리면...





만년필을 정말 정말 잘 쓰는 분의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저도 이 분처럼 하고 싶지만 필력이나 그림실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신 있게, 잘 쓴 책이라고 말하긴 저어하지만, 진지하게 썼다고 자신한다. 진심이다"라고 밝히고 있는 이 책은 바로 "아무래도 좋을 그림"입니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 / 정은우


제목이 '아무래도 좋을 그림'이지만, 사실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여행을 다니면 대상을 또 보고 또 보고 해서 그린 것이며, 정말 잘 그린 그림입니다. 만년필로 그린다는 것이 사실 어렵습니다. 한 획이 지나가면 지울 수도 없고 한 점에 머무르면 색이 종이에 퍼져 제대로 그릴 수가 없습니다.



'그림 같은 장면을 그리는 게 아닙니다. 그려보면 그림 같은 장면이 됩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려 보세요!' 정은우 님은 이야기합니다. 역시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몇 번을 만년필과 종이를 가지고 여행을 떠났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여행지에서 특히 볼 것이 아주 많은 낯선 여행지에서 천천히 풍경과 사물을 응시하면서 한 획 한 획 만년필로 그림을 그려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시간의 조급함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아주 천천히 여행해야 합니다. 저는 사실 '만년필로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다니' 보다 '어떻게 여행지에 이런 시간을 가지지?' 가 더 경탄스러웠습니다.


 책은 여행을 하면 그린 그림과 에세이를 묶은 책입니다.  90장의 그림과 84편의 에세이가 묶여 있습니다. 그리고 파트가 끝나는 부분에 만년필과 잉크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은님은 처음 만년필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파일롯트의 프레라를 추천한다고 합니다. 가성비 100% 인정하는 만년필입니다.




같은 장소를 갔는데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림이 있을 때는 더 몰입하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했을 저자의 생각을 엿보는 것도 즐겁니다.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만년필의 효용성을 잘 보여 주는 책입니다. 조심스럽지만 그림이 에세이보다 좋았습니다. ㅜㅜ





정은우 님도 만년필을 참 좋아하는 분인 것 같았습니다. "편리하기 때문에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년필을 사랑하는 이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그 집념과 인간적임을 사랑한다" 고 서문에 밝히고 있습니다. 블로그가 워낙 유명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있습니다. 친구를 맺어 보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은우 님 블로그 : http://blog.naver.com/timberguy

정은님의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20solskjaer


정은우님 페북 타임라인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 사진 내리라고 하시면 내릴께요~

페이스북을 보니 이렇게 작업을 하는 것 같네요! 한번 만나보고 싶은 분입니다. 언젠가 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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