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용 서적 한 권쯤은 읽어 두자.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는 칭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 말고) 고전은 분명히 들어봤고, 잘 아는 것 같은데, 읽지는 않은 놀라운 책들을 말한다. '누군가에게 잘 알지 못하는 인문 고전 얘기로 불의의 공격을 받았을 때 자신의 가녀린 영혼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 서적'이 있다.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김용석, 2014, 멘토르)은 누구 앞에서건 아무 거리낌 없이 고전문학 읽은 척이 가능하도록 하여, 원만한 대인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쓰였다고 한다. 주변에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읽은 척 총론 부분에서 '읽은 척의 유형'을 총 4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부분도 참 재미있었다. 첫 번째 유형은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방어적 읽은 척' 유형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행하는 유형이고, 고의성은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악의가 없는 유형이다. 두 번째 유형은 '오히려 한술 더 뜨는 공격적 읽은 척' 유형으로서 지능적으로 읽은 척을 구사하는 파괴적 유형이고, 궁극적으로 '에라 모르겠다'식의 세계로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세 번째 유형은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계형 읽은 척' 유형으로, 직장상사에게 책을 추천받는 것처럼 선택의 여지없이 읽은 척이 강요되는 상황에서 생기는 유형이고, 책을 실제적으로 구입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경제적 타격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마지막은 '진짜로 읽었어도 재앙을 불러오는 오독의 읽은 척' 유형으로 차라리 읽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유형이다.
어떤 읽은 척을 해 보셨는가? 유형을 보면서 나는 가장 위험한 네 번째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했다. 읽지 않은 것은 읽지 않았다고 하는데.... 읽은 것이 제대로 읽은 것인지 영 자신이 없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삶의 의욕을 상실했을 때 읽으면 힘이 되는 책들을 읽은 척할 수 있도록 해 준다. 1부에서 소개되는 책은 <죄와 벌>,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덴의 동쪽>, <이반 데소비치의 하루>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스트레스로 1분 이상 한곳에 눈동자를 모으기 힘들 때 읽으면 되는 책들을 읽은 척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농담>, <1984>, <호밀밭의 파수꾼>,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3부는 자존심 회복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읽은 척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데미안>, <이방인>, <위대한 개츠비>, <그리스인 조르바>, <목로주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키득거리면서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글이 전개되는데, 다 읽고 나면 소개된 책을 진짜 읽고 싶어 지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는 책이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고전을 재밌게 소개함으로써 고전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멋진 책이다.
읽은 척하다가 진짜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