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계절산타 May 13. 2021

디지털의 배신(이광석, 2020)

기술 숭배 신앙은 사이비다.

디지털 세상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오면서 디지털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뉴 노멀(newnormal)이라는 이름을 달고 일상에 매우 깊이 침투해 있다. 앱을 통해 배달음식을 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를 정주행 한다. 새벽 배송, 총알배송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서비스가 되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기술 발전 덕분이라고 추앙한다. 기술 기업들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산업화와 '발전주의 국가' 건설을 위해 일종의 신앙이 되어 버린 기술 숭배와 '기술 잉여(techno-glut)' 양상을 날카롭게 파헤친 '디지털의 배신'(이광석, 2020, 인물과 사상사)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를 나는 개인적으로 잘 안다. 아마 한국에서 디지털 이후의 세상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일거다. 경향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저자의 칼럼도 참 좋다. (http://m.khan.co.kr/list.html?type=series_desc&serial=ai023

이 책은 '기술 자체가 사회혁신과 진보로 슬그머니 등치 되거나, 취약 노동이 기술로 매개되어 편리와 효율의 시장 논리로 둔갑하거나, 반생태적 기술을 흡사 청청의 것으로 위장하거나, 기술이 뭇 우리의 취향을 주조하는데도 이를 풍요의 자유문화처럼 보는 등'의 허구와 신화를 깔끔하게 되짚어 보고 있는 책이다.


대중서라고 하지만 개념적 용어가 제법 있어서 정독을 요청하는 책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플랫폼, 플랫폼 노동, 알고리즘, 그린 뉴딜, 코로나 19와 정보보호, 데이터 인권, 디지털 민주주의 등 지금 동시대의 가장 핫한 기술 관련 주제를 다 담고 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진행한 '2020 비영리컨퍼런스 체인지온'에 책의 저자를 연사로 초청드렸고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이 책을 읽고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깊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고, 그 결과를 책자로 발간했다. 책의 내용을 저자 직강으로 듣는 행운을 누렸다.



2020 비영리컨퍼런스 체인지온 책자 :  http://changeon.org/2020books-2/



성장보다는 연대, 효율보다는 포용, 혁신보다는 생태가치에 의거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워낙 거대한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더 거대한 사회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하루하루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 앞에서, 얄팍하게 떨어지는 편리라는 콩고물에 취하지 말고 실체를 정확히 봐야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광석 교수가 책에 사인을 해 주었다. 항상 그 자리에서 굳건히.... 중심을 잘 잡고, 대지에 발을 튼튼히 디디고 몰려오는 거센 변화의 움직임을 응시하면서 항상 그 자리에서 굳건히 있으면 좋겠다. 가능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김용석, 20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