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 사이에 ‘차이’가 클수록 경험은 위험하다.
데스틴 샌들린이 유튜브에 공개한 <거꾸로 자전거> 실험 영상을 꽤 오래전에 봤다. 일반 자전거 타기가 능숙할수록 거꾸로 자전거를 익히기가 쉽지 않았다. 지식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축적된 경험이 새로운 시도를 어떻게 방해하는지 보여준 유쾌한 실험이었다. 세상을 해석할 때도 편향된 시각을 조심해야하는 메시지도 주고 있다. 꼭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MFzDaBzBlL0
세상의 변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가 한국에 와서 강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유발 하라리는 강의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어쩌면 지금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연장자에게 배운 교육 내용으로 여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 모른다"
그냥 스치듯 한 말이었는데, 나는 충격을 먹었다. 사회화의 과정에서 어른들의 경험이 중요하지 않고, 심지어는 필요하지 않다니…
차곡차곡 쌓인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일을 하는데 참 중요하다. 하지만 경험이라는 좋은 스승이 과거와 미래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무가치 해 질 수 있다고 쓰고 있는 '경험의 함정'(로빈 M. 호가스 외, 2021, 사이)이라는 책이 있다.
조직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면 나는 '이제까지 일을 하면서 쌓아 온 성공의 경험을 과감히 버려야 하고, 이미 알던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언제나 늘 새롭게 정보화된 직관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변화의 양상과 크기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경험의 덫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 책은 나의 평상시 생각을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고 있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일수록...(중략)... 경험에 단련되어 예리해진 전문성에 가로막혀 새로운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온전히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경험이 쌓일수록 <능숙함의 함정 Competence Traps>에 빠져 독창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책 p50)
흔히 꼰대들이 자주 하는 말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 혹은 '나 때는 말이야' 등이 있는데 이 말이 바로 능숙함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경험은 좋은 스승이다. 그래서 경험을 정말 무시하면 안 된다. 하지만 경험이 과연 어디에 기초해 있는지 체크를 해 본다면 경험의 절대화를 피할 수 있다.
나도 일을 하면서 경험을 내세우는 일이 종종 있다. 되도록이면 지금을 새롭게 경험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경험이라는 막강한 힘이 나를 가로막을 때가 많다. 역시 아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변화가 극심할수록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위기’가 찾아온다. 지금이 그렇다.